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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1.08 2021. 12. 29 상범
  2. 2021.04.13 <읽는 직업>에서 언급한 작가와 책들
  3. 2021.03.23 남도여행 1
  4. 2020.12.21 펼침막 유감

2021. 12. 29 상범

사람일지 2022. 1. 8. 09:31

반년만에 상범이 형을 만났다. 대개 그렇듯 이번에도 형이 먼저 만남을 청해주셨다.

대한서림 앞에서 만나 인천삼치로 가서 소주를 마셨다.

형을 기다리는 동안 거리를 지나는 이십대 초반의 젊은 축들이 눈에 띄었다.

대한서림 앞에 서서 누굴 기다리는 이는 없었다. 내가 그 나이적 생각이 났다.

데미무어가 주연한 '사랑과 영혼'을 보러 30년전 이맘때 쯤, 대한서림 1층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던 때가.

나같이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앞을 통행하기조차 어려웠던 그 때가.

상범이 형은 무게잡지 않아서 좋다.

자기 얘기를 스스럼없이, 보태지도 덜지도 않고 잘 한다. 꾸밈없다.

그 만큼 내 얘기를 꼼꼼히 물어주고 들어준다.

그런 사람이니까 기찻길옆 공동체를 삼십년이 넘게 이끌어왔겠지.

형 세째 래원이 얘기를 했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의 엄마 아빠 노릇을 잘 하기 위해

다시 육아서적을 보고 있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나느 큰 애가 게임할 때 탄압했지만 지금 중2, 작은 애 또래에게 '게임은 언어'라는 생각에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그것말고 나는 또 뭘 노력하고 있나 생각했다.

둘이서 3시간 동안 소주 세 병 나눠마시고 술 값 형이 내고

집에가는 길에 떡볶이와 오뎅을 사려는데 현금 만원이 없다고 해서 내가 내줬다.

형은 택시타고 가고 나는 수인선을 타고 집에 왔다.

졸다가 왕십리까지 갈까봐 알람을 맞추기를 잘했다. 덕분에 집에 무사히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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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 편집장 이은혜의 다독과 박학, 빼어난 글솜씨에 반하여

그가 추천하는 책과 작가들을 메모해둔다.

 

저자

다니자키 준이치로

탕누어 - 명예, 부, 권력에 관한 사색

옌렌커 - 침묵과 한숨

김영민 - 인간의 글쓰기 혹은 글쓰기 너머의 인간

 

생각의 속임수 (권택영)

착취도시 서울 (이혜미)

헝거 (록산 게이)

나는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안경희)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이언 모리스)

거대한 단절 (피터 왓슨)

약속의 땅 이스라엘 (아리 샤비트)

세계사 속 팔레스타인 문제 (우스키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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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30 폰 메모  (0) 20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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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

등산과 여행 2021. 3. 23. 14:19

1일차

점심 : 신호등회관

 오후:

진도

현대미술관

운림산방 / 쌍계사

해안도로 (접도)

진도홍주칵테일

지산면 다도해 횟집

 

2일차

대흥사/두륜산 케이블카

(호남식당-버섯전골)

미황사

송호해변

땅끝관광지

(땅끝 전라도한정식)

숙소

3일차

설아다원

완도수목원

완도타워/모노레일

설아다원

(남강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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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침막 유감

현실과 대안 2020. 12. 21. 18:15

#1. 폭력이 되어버린 호명

어떤 주장을 함에 있어서 "OOO일동"류를 경계한다. "소각장 설치 반대한다!  - 논현1동 주민일동"같은 식의 쓰임 말이다. '일동'은 어떤 단체나 모임의 모든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소각장 설치같은 복잡하고 엄중한 현안앞에 특정 행정동의 주민 전체가 같은 생각일리가 없을 뿐더러 해당 주장을 하며 모든 주민에 대해 빠짐없이 동의를 얻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을 피하다보니 주장하는 주체를 '아파트'로 삼는 해괴한 모양이 나타난다. 아파트는 복합주거시설, 콘크리트 덩어리지 주장을 내는 인격이나 법적 주체가 될 수가 없다. '풍림아파트 관리사무소', '풍림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풍림아파트 주민 일동' 셋 중 하나는 되어야 논현동 풍림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수천명 주민을 대표하는 모양새가 갖춰질 터인데, 셋 다 무리수임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펼침막을 내 건 분께서는. (아마도 입주자대표회의거나 부녀회에서 주도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런 식의 주장은 한마디로 비겁하다. 

'논현동총연합회'는 그나마 낫다. 회는 모여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니까. 가만, 그런데 이것봐라. 논현동 총연합회라니. 논현 1동, 2동 주민들이 나 모르는 사이에 다 모여서 무슨 연합회를 만들었을리는 없고. 풍림아파트 펼침막 식으로 주체없는 주장을 하기가 민망해서 급조한 조직인가?

아니었다. 찾아보니 회원수 8천명을 자랑하는 네이버 카페의 명칭이다. '논현동 부동산 및 각종 호재 정보 교류 논현동 입주자 발전 카페'라는 설명으로 자신들을 소개하는 카페다. 이건 솔직해서 좋다. '부동산 및 각종 호재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니, 거기에 관심있는 분들끼리 모여서 논다는데 상관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쓰임새가 좀 고약하다. 근 10만에 육박할 논현동 주민가운데 저 펼침막에 쓰여 있는 조직 명칭을 보고서 그런 카페의 간판이라고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풍림아파트 주민 가운데 일부의 주장을 펼치는 주체로 '아파트'를 호명했듯, 마치 논현동 주민 대부분이 이 모임의 주장에 동의하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려 부러 설명없이 주장의 주체를 '총연합회'를 붙여 쓴 것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위 현수막 1번과 2번을 보고서 내가 느낀 첫번째 감정은 불쾌감이었다. 나는 저 펼침막 속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원치 않았는데 조폭 패거리의 일원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2. 펼침막이 만만해서 

꽤 오랫동안 펼침막은 사회적 약자가 제 주장을 내세우는 무기로 쓰였다. 물론, 누구나 쉽게 만들어 걸 수 있는 요샌 그렇지 않다. 저가제작을 가능하도록 한 기술혁신 - 디지털인쇄의 보급 - 과, 거의 모든 서비스를 외주로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산업의 고도화가 아주 간편하게 펼침막을 만들고, 내걸 수 있게 한 요즘이다. 돈 오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걸 수 있다. 물론, 불법 현수막이라 걸리자마자 뜯겨나가고 과태료 부과를 무릅쓸 위험을 별도로 한다면 말이다.

이 얘기를 거꾸로 하자면 그리 멀지 않은 과거까지만 해도 펼침막을 '제대로' 만들어 거는 일은 꽤나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는 뜻이다. 지금이야 펼침막이 공해처럼 느껴지지만 이십여년전엔 거리에 나부끼는 펼침막을 볼 수 있는 경우가 흔치않았다. 선거 때. 그리고 '투쟁현장'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 시절 선거 현수막은 전문가 손에서 탄생했다. 고가의 디자인비와 시공비를 지불해야 했으니, 아무 때나 걸리기가 쉽지가 않았을게다. 투쟁현장의 펼침막은? 가난한 이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전문가의 도움없이 '스스로' 만들었다. 송현시장 한복집 골목에서 싸구려 다후다 천을 끊고 전기미싱으로 박음질해서, 친구와 함께 붓질을 해서 펼침막을 만들었던 기억이 내게도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건 어떤 주장을 널리 펼치기 위해서건 그 시절까지 펼침막은 썩 만만한 수단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진게 많은 이들은 굳이 그렇게 번거롭게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펼침막을 통해 제 뜻을 전할 필요가 없었다. 언론이나 방송같은,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가진게 없는 이들이 제 주장을 펼치는 순간마저도 동원할 자원이라고는 자신의 땀과 노력밖에는 없기 때문에 '세련된 디자인'따위는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그리도 투박한 펼침막을 직접 만들어 내걸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그 펼침막들은 가차없이 찢기고 철거당했고 주장을 펼친 이들 또한 그 죄로 공격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펼침막은 꽤나 유효한 홍보수단이다. SNS가 넘쳐나는, 온라인마케팅의 천국이 된 요즘이라도 그렇다.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중장년층은,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계층이다. 그리고 구매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져서 여론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마치는 청장년층은 많은 수가 자가운전을 하며 출퇴근을 하고 나들이를 한다. 이들에게 짧고 굵게 선명하게, 그것도 반복해서 어떤 메시지를 각인시키는데 거주지 근처 거리마다 걸려있는 펼침막은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기술혁신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서 아주 낮은 비용으로 펼침막을 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그걸 마다할리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한다. 

관공서와 정당이 만든 펼침막이 아니면 정해진 게첩대에 걸지 않는 모든 광고물은 불법이다. 그러므로 위 2번은 명백한 불법 광고물이다. 그런데 철거당하지 않고 잘도 오래 걸려 있다. 이는 광고물 단속의 주체인 남동구청이 '논현동 총연합회'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일게다. 그걸 모르지 않는 이들, 잘도 불법을 저지른다.

 

#3. 가만히 있는 저어새는 왜 걸고 넘어지나.

3번 주장만 놓고보면 마치 멀쩡한 람사르습지, 저어새 서식지가 이번 소각장 건설로 파괴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처럼 보인다. 눈가리고 아웅 식의 주장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이르는 55평방킬로미터의 드넓은 송도갯벌. 저어새와 도요새 등 수많은 철새들의 서식지였던 송도갯벌은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지 오래다. 그 자리 대부분은 이미 매립되어 아파트와 도로로 뒤바뀐 상태고, 고작 6평방킬로미터 정도가 남아있지만 그 또한 시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이 현실화되면 남아나지 않을 운명이다. 즉, 람사르습지 파괴자를 운운하려면 박남춘 현 시장보다는 송도갯벌 매립을 계획하고, 승인하고, 수많은 반대를 무지르고 송도신도시를 건설한 역대 시장과 포스코를 비롯한 건설 재벌을 먼저 지목해야 옳다. 아, 또 있구나. 그렇게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을 갈아엎고 그 위에서 내 집 가격 떨어질 걱정빼고는 희희낙낙하며 지난 십수년을 살아온 다수의 송도주민/해안가 아파트 단지 거주민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다. 

즉, 람사르습지 파괴에 분노하고 싶고 멸종위기 저어새를 구하고 싶다면 번지수가 잘못되었단 말이다. 이미 우리는 그 파괴위에 흐르는 단물을 핥아 먹으며 산지 너무 오래되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갯벌 갈대밭을 깡그리 갈아없고 탄생한 논현동 아파트단지라고 다를까! 몇 년 전, 람사르습지 본토막이 작살나고, 저어새의 마지막 서식지가 파괴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흘리며 반대했던 송도 11공구를 매립할 때, 이 주장을 하고 계신분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 궁금하다. 

차라리 솔직해지면 좋겠다. 내 아파트 값 떨어뜨리는 우리 동네 소각장 반대한다! 이런 식으로. 그 존재를 생각하면 눈물날 것 같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저어새는 왜 들먹이는가. 정녕 저어새에 미안하지 않은지 돌아보면 좋겠다.

그리고 어쩌자는 건지 대안도 말해주면 좋겠다. 지금처럼 많이 만들고 많이 소비하고 많이 버리는 생활양식을 하루아침에 바꿀수 없다면 김포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소각장을 새로 만들어지는 일은 피할 도리가 없다. 이미 이십년이 넘도록 수도권 도시민의 풍요를 위해 삶의 터전을 내준 영흥도민에게 또다시 고통을 전가하는 건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가장 많이 쓰고 버리는 이들 집 앞에 시설을 짓는게 옳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인천의 쓰레기 매립지/소각장. 송도, 논현동, 청라와 같은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 인근에 만들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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