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9 상범

사람일지 2022. 1. 8. 09:31

반년만에 상범이 형을 만났다. 대개 그렇듯 이번에도 형이 먼저 만남을 청해주셨다.

대한서림 앞에서 만나 인천삼치로 가서 소주를 마셨다.

형을 기다리는 동안 거리를 지나는 이십대 초반의 젊은 축들이 눈에 띄었다.

대한서림 앞에 서서 누굴 기다리는 이는 없었다. 내가 그 나이적 생각이 났다.

데미무어가 주연한 '사랑과 영혼'을 보러 30년전 이맘때 쯤, 대한서림 1층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던 때가.

나같이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앞을 통행하기조차 어려웠던 그 때가.

상범이 형은 무게잡지 않아서 좋다.

자기 얘기를 스스럼없이, 보태지도 덜지도 않고 잘 한다. 꾸밈없다.

그 만큼 내 얘기를 꼼꼼히 물어주고 들어준다.

그런 사람이니까 기찻길옆 공동체를 삼십년이 넘게 이끌어왔겠지.

형 세째 래원이 얘기를 했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의 엄마 아빠 노릇을 잘 하기 위해

다시 육아서적을 보고 있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나느 큰 애가 게임할 때 탄압했지만 지금 중2, 작은 애 또래에게 '게임은 언어'라는 생각에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그것말고 나는 또 뭘 노력하고 있나 생각했다.

둘이서 3시간 동안 소주 세 병 나눠마시고 술 값 형이 내고

집에가는 길에 떡볶이와 오뎅을 사려는데 현금 만원이 없다고 해서 내가 내줬다.

형은 택시타고 가고 나는 수인선을 타고 집에 왔다.

졸다가 왕십리까지 갈까봐 알람을 맞추기를 잘했다. 덕분에 집에 무사히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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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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