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6 승주

사람일지 2022. 1. 9. 12:01

자동차보험 갱신을 부탁하느라 SNS대화를 나누다 마음이 통해 즉석에서 약속을 잡고 술을 마셨다.

코로나로 사람 만나기 힘들었던 탓이겠지. 나는 잘 모르나 얼굴본적은 있을것 같다는 승주 국민학교 친구 하나가 남동구에 산단다. 내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이 녀석이 겹치기로 약속을 잡으려 했다. 셋이 보는 걸로. 정중하게, 화 내지 않고 승주한테 말했다. 그쪽에 선약이 있었다면 둘이 보거라, 나는 빠질게. 나이 먹으니 불편한 자리에 굳이 끼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 살고 싶지 않더라, 했다.

당황한 승주가 그쪽 약속을 취소하고 둘이 마셨다. 내 요새 근황을 한참 묻더라. 혹시 신지예 사건 때문에 녹색당 당원들사이에 충격을 받는다던가,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일이 있었던 건 아니냐. 어릴 적엔 샌님인 줄 알았고 다 큰 다음엔 나 이상으로 개방적인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한 네게서 그런 말을 듣다니 의외였다, 하고.

딴은 사건이 있긴 있었다. 꿔다놓은 보리자루 신세가 되는 곳엔 끼지 않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자리가 있었고, 나와 생각이 워낙 안맞는, 적당하게 친한 친구 하나와 말 다툼을 한 경험도 있었다. 그때 다쳤던 마음의 상처, 불똥이 애꿎은 승주에게 튀었겠지.

1985년에 만났으니 38년째다. 얘는 나를 너무 많이 알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이젠 거의 피붙이나 진배없다. 승주 카톡의 프로필사진이 8년전이던가, 함께 지리산에 올라 찍은 사진으로 바뀌었더라. 그 순간이 승주에게나 나에게나 찬란했던 기쁨의 시간이었지.

형 얘길 했다. 승주다운 조언을 들었다. 네 눈으로 직접 보고 네 귀로 직접 듣고 확인하라고. 형이 안녕한지. 승주말이 맞다. 다른 건 핑계일 뿐이다. 이렇게 또 승주에게 빚을 졌다. 고맙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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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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