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http://media.daum.net/photo/157994#20160530162752159)


인천지하철 작업을 종종 한다. 주로 안내판 보수 공사를 감독하는 일이다.

대부분 낮에 안전한 장소에서 감독하는 일을 하지만

늦은 시간에 위험한 장소에서 내가 직접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도시의 지하철이 제대로 운행되기 위해서는 철도노동자 뿐만 아니라 수 없이 많은 직종의 노동자들의 피땀이 필요하다.

역사 작업을 하기 위해 역무실에 들러 보고를 하면, '작업자 출입일지'를 먼저 써야 한다. 

출입일지를 보면 이 시스템을 누가 돌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청소노동자, 전기노동자, 설비노동자, 내장공...

하루에도 십 수개 회사에 소속되고 여러 직종에 걸쳐있는 수십명의 노동자들이 개미처럼 들락거리며 이 시스템을 유지해 나간다.

작업 개시 시각이 새벽 1시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운행종료 후에야 가능한 작업을 맡은 이들이다.

그 깊은 밤에 잠 못자고 나와서 일할 그들을 떠올리자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들도 나처럼 애비이고, 남편일테니. 거친 일에 행여나 다치진 않는지 늘 노심초사하는 어느 늙은 어머니의 아들일테니.


이렇게 땀흘리고 내 손에 직접 기름묻혀가며 일해보니 비로소 느낌이 생겼다. 그들과 내가 '동료'라는 의식 말이다. 높이 4m가 넘는 천장 작업을 위해 비계파이프를 설치해놓고 좁디좁은 발판을 딛고서 망치소리를 내는 '아저씨'들을 볼 때 전같았으면 "왜 굳이 지하철 운행시간에 저렇게 시끄럽게 작업을 한담!"하며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겠다. 요새는 그 자리에 나를 세워놓게 된다. 위험한 고소작업을 하고 있는 나의 동료노동자로 그가 보인다.


열아홉살 먹은 '동료' 지하철 노동자가 죽었다.

같은 사고로 이미 노동자 두명이 죽었는데 1년이 멀다 하고 또 반복되는 사고였단다. 반드시 두명이 일하도록 정해져 있는 이유는, 이런 사고가 날까봐 한 명이 일하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이 전동차가 접근하는지를 확인하라는 뜻에서였다. 엄수해야할 안전수칙을 내팽개쳤다. 저 사진속 메모처럼 외주화, 최저가입찰, 하청, 재하청 때문이다. 돈 때문이다. 돈 때문에 꽃같은 젊은이가 죽었다. 그 순간 얼마나 무섭고 억울하고 고통스러웠을지를 떠올려보면 기가막히고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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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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