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에 나 자신을 통제하기 어려울 지경까지 화를 두 번이나 냈다. 한 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것일까.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호흡이 가빠지고, 팔다리 근육이 힘이 들어갔다. 나를 건드리면 백배로 복수하겠어! 이런 임전태세를 내 몸이 만들었다.
시작은 그를 바라보는 내 눈빛 때문이었다. 그가 공동체의 규칙을 어겼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를 제지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서 말했다.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막막한 내 감정이 눈으로 드러났을 터였다. 그는 나의 사려깊지 못함을 역으로 지적했고, 환대하지 않는 나의 태도가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튿날 나는 그에게 사과했다. 그 이후 그에게 건네는 언행을 조심했다. 불편했다. 친구인데.
두번째 사건으로 첫번째 사건이 우연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가 잘 모르는 여러 사람앞에서 전혀 삼가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독한 말로 반복해 드러냈다.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상태가 계속되는게 그에게도, 사람들에게도 득이 되지 않겠다 싶어 다시 그를 제지하려고 했다. 정당하다는 확신으로. 내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네가 무슨말할지 알아. 듣고 싶지 않아." 답이 돌아왔다. 나는 격분했고 그 자리를 피했다. 뭔 일을 낼 것 같은 감정이 폭발해서. 잠깐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리로 돌아왔고, 그는 이후 30분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자리에 있다가 갔다.
일주일 넘게 그와 나의 관계에 대해 고민했다. 일단 그를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 오해가 생기거나 감정적으로 치닫지 않을 것 같았다. 전화했다. 그는 평온했고 냉랭했다. 나를 따로 만날 필요를 못느낀다고 했다. 자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공식적인)회의와 규정에 따라 조치하라고 말했다. 그런 대화를 나누다 또 격분했다. 심장이 떨려서 더 말을 못하겠더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나는 원한다. 대화의 범위에 제한이 없으면 좋겠다. 내가 옹졸한 태도를 가질 수도, 그가 편견에 빠져있을 수도 있고 고집스러운 면모가 꼴보기싫은 순간도 올테지만, 인생길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라는 믿음이 있어 불편하지는 않다. 사람은 쉬 바뀌지 않는 존재라고 나도 그처럼 생각한다. 내가 그에게 바뀔 것을 강제하려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는 듣고싶어하지 않는다.
나는, 대화가 필요없다는 이와 친구로 지내기 어렵다는 걸 어제 깨달았다. 내가 아주 좋은 사람이 아니고 그 역시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만, 나는 그와 더이상 친구 안하기로 결심했다.
좀더 생각은 해봐야겠지. 내 격분의 원인이 나를 인정받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인지. 두루 사람좋다고 칭찬받는데 익숙한 나라서, 전혀 다른 평가를 흉기처럼 내게 들이댄 것을 참지 못했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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