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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2.17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2. 2024.02.17 타국에서의 일년 1
  3. 2024.02.08 과학을 만든 사람들 2
  4. 2024.02.02 서울이야기-한국 근대문학기행

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2023

나는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손바닥만한 화면으로 짧은 영상을 들여다보는 행위 자체가 달갑지 않기도 하지만 굳이 영상으로 봐야할 뉴스나 정보, 남의 사생활이 그렇게 궁금하고 많을까, 그건 일종의 낭비 아닐까 하는 찜찜함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반복해 말한다. 고작 남의 집 고양이가 재롱부리는 영상을 보자고 지구를 이렇게 뜨겁게 만드는 짓거리가 얼마나 한심하고 위험한 자멸적 행동인지.

인터넷 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는 고용량 영상이 일반화된 건 최근 몇년 사이의 일이다. 당연히 그 기술적 기반이 있고 치러야 할 비용이 있을텐데 그 이면까지 관심을 기울이기에 바쁜 대개의 현대인들은 그 비용을 고작 핸드폰 요금 몇만원에 국한해서 생각하기 쉽다.

아주 저렴해진 스토리지와 엄청나게 빨라진 CPU, 그로인해 비약적으로 가성비가 높아진 서버 컴퓨터와  기가급으로 빨라진 인터넷 망의 속도가 합쳐져 탄생한 것이 클라우드 서비스, 그놈의 하드웨어의 코어에 데이터 센터가 있다. 전 세계에 걸쳐 날로 우후죽순 늘어나는 데이터 센터는 엄청난 전기를 잡아먹는데, 지구 반대편에서 클릭한 '좋아요' 신호를 접수해 연산하고 처리하는 따위의 일을 쉴새 없이 수행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발생하는 열을 냉방기를 돌려 식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채굴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깨끗한 미래산업으로만 포장되어 온 디지털 기술이 지극히 물질적인 실체를 가진 산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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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저, 강동혁 역, 알에이치코리아, 2023

한국계미국인 작가 이창래의 장편 소설. 

어려서 도미한 작가라고 하니, 이주한(또는 그가 다시 유학이라도 떠난) 나라의 첫 일년을 돌아보는 자전적 소설인가 했다. 22살 미국인 남성 틸러가 주인공인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작중에 등장하는 수많은 등장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형상화가 돋보였다. 틸러의 자질을 알아보고 그를 타국(동남아시아 여러나라)으로 이끄는 틸러의 멘토, 퐁이 대표적이다. 홍위병 사태로 어머니를 잃고 가난한 고학생으로 홀로 미국유학을 온 그는, 여러가지 역경을 이겨내고 노력한 끝에 자수성가한 화학자이자 사업가다. 그의 성공의 비결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저마다의 가능성을 찾아내 돋구어주는 놀라운 친화력과 에너지에 있는데, 그의 이런 매력이 틸러의 잠재력을 찾아내 발현시키는 도화선이 된다. 허나 퐁은 이해할 수 없게도 거액의 돈에 눈이 멀어 틸러를 버리고, 퐁을 아버지처럼 따랐던 틸러는 인간이 양면성에 대한 처절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퐁의 가르침 덕택인지, 그 후 어렵사리 귀국한 틸러는 불우한 처지에 놓인 모자를 만나서 진정한 사랑의 힘에 눈을 뜬다. 총각이 연상의 유부녀/이혼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에 흔하고 널렸지만 이건 좀 달랐다. 틸러가 사랑하는 여자 벨의 아홉살 아들 빅터 주니어를 아빠처럼 친구처럼 대하면서 그 스스로도 성장해가는 줄거리가 이어지다니.

노벨문학상 수상의 잠재력을 지녔다는 책날개의 칭송이 과찬이 아니었다. 마르께스를 떠올릴법하게도 쉼없이 쏟아져나오는 수다는, 시끄럽지 않고 물흐르듯 유장하고 아름다운 문장이다. 삶의 비루함과 비애, 반전을 다 맛보게하는 탄탄한 줄거리는 잘은 몰라도 대가의 풍모가 느껴지는 듯 했다.

700쪽에 달하는 긴 소설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유쾌한 독서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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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과학사에 빛나는 과학 발견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출판사,2021

코페르니쿠스에서 시작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근대 과학의 발전사를 하나로 꿰어 보여주는 역작이다. 부제에서 말하듯 저자가 역점을 두는 포인트는 두 가지 점에 있다. 과학의 역사는 '점진적인 발견'의 역사이며, 그 발견을 이루는데 젊음을 또는 평생을 바쳐 살아낸 '사람들'의 역사라는 점.

이런 관점은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 관점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이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보여주는 유용함을 부정할 수야 없겠지만, 900쪽이 넘는 과학자들의 긴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과학은 비범한 천재가 단숨에 도약하는 식으로 발전하지 않았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흥미로운 대목중 하나는, 역사는 승자들의 역사라는 말이 과학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작 뉴턴이 미적분학을 창안하던 비슷한 시기에 라이프니츠도 독자적으로 창시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지만 거기서 다가 아니었다. 동시대를 살았던 또다른 탁월한 과학자 로버트 훅에 대해 저자는 뉴턴과 훅 중 어느쪽이 더 기여가 큰 과학자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과학에 대한 우호적인 토론이라면 언제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열린 자세'의 훅과 오만하고 편협하며 자기의 성취를 드러내는데 결코 타협하지 않았던 악질적인 성격의 소유자 뉴턴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현대과학은 너무나 세분화되어 이론 물리학과 생물학의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헌데 이 책에서 보여주는 과학 발전의 역사는 지금 시점에서 개별과학으로 정립되어 존재하는 것만 같은 서로 독립된 과학분야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역동적으로 달려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근대편의 결론에 해당하는 소절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밀한 부분에서 부정확하다 하더라도, 기후 변화 패턴이 3~4백만 년 전 시작된 것과 삼림 지대 유인원이 진화하여 인간이 되는 것 역시 3~4백만 년 전 시작됐다는 것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두 사건이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천문주기와 대륙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덕분이다. 대륙이동으로 인해 드물게도 그 천문주기가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상적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전체적으로 여기에는 대륙이동의 원동력인 대류 같은 것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물리학, 천문주기를 설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뉴턴 동역학과 중력이론, 해저의 시료를 분석하는 화학, 지자기 연대측정을 위한 전자기학, 레이와 린네 같은 사람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생물 종과 생물세계에 대한 이해, 그리고 다윈과 월리스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이론이 개입돼 있다. 이것은 우리는 지구상의 여느 생물 종과 마찬가지로 자연선택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평범한 생물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아이작 뉴턴의 연구에서 시작된 3세기에 걸친 '고전과학'이 얻어 낸 최고의 쾌거에 해당하는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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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저, 학고재, 2023

'국경'의 작가 김남일이 쓴 소설아닌 문학기행.

구한말~일제강점기 서울을 직접 거니는듯 당대의 인물들과 풍속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얼마나 많은 독서가 뒷받침이 되었을까 놀라웠다.

무기력하고 현실에 무능한 이상주의자의 비루한 모습은

그 시절이나 오늘이나 다르지 않음을 읽고 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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