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 2024-03-16

사람일지 2024. 3. 20. 17:27

철뚱 책읽기모임 오프모임을 가졌다. 다섯이 모였다. 셋이 안와서 조금 서운했지만 소수정예 주당의 술판이라 집중되는 맛이 있었다. 

극단 '올리브와 찐콩' 대표를 맡고 있는 영숙이는 한결같다. 그를 처음만났을 때 연극에 열정을 불태우는 대학생이었고, 지금은 '소멸해가는 쟝르' 연극의 끝을 놓지 못하는 멋진 예술가다.

그가 요새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 얘기를 한참 듣다가 내 얘기를 조금 했다. 기타모임에 대해서. 예술의 힘에 대해서. 서툴러도 함께 눈빛을 주고받으며 앙상블을 만들어 내는 순간의 쾌락은 술자리의 그것에 못지 않다는 얘기도. 예술분야에서의 진보운동 (이른바 문예운동)은 기본계급 운동의 지원부대라고만 생각했던 철모르던 시절의 단견에 대해서도. 

눈이 동그래지고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내 얘기를 들어주던 영숙은 끝내 내게 하이파이브를 청하더니만, 그날도 기어코 멋진 얘기를 해 오늘 이 일지를 쓰게 만들었다. 대략 이런 얘기.

"예술이 가진 힘을 누구나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협응하여 만들어 내는 조화에 우리 인생의 목적이 있지 않겠나. (정국이 네가 그걸 느꼈다니!) 나는 진보정당이 '무상의료, 무상급식' 구호를 외쳤듯 '무상예술'을 주장했으면 좋겠다. 가난한 집 자제도 소질이 있고 열정이 있다면 클래식 음악을 배우고 향유하는데 제한이 없어야 한다.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영숙의 이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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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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