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권을 지르밟고 성간우주로 진입한 것은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로 알려진 두 탐사선이다. 길 없이 깜깜한 어둠에 길을 내며 지나가는 거대한 커피 그라인더 두대, 고성능 안테나, 저자기장 자력계와 고자기장 자력계, 하이드라진 추력기를 달고, 지구에서 130억 마일 떨어진 우주선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영원을 향해 나아간다. 전자 장치들을 태운 각 탐사선의 모선에는 황금 디스크가 있다. 명판 같기도 하고 무언가로 가는 입구가 될 수도 있는 그 물건은 사실 포노그래프, 지구의 소리를 가득 담은 레코드판이다. (152쪽)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세상 반대편에 대한 감각이 있었다. 머나멀어서 닿지 않는 그런 곳. 그런데 이제 이들은 대륙들이 웃자란 정원처럼 서로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아시아와 오스트랄라시아는 하나도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사이에 있는 섬들로 이어져 있다. 러시아와 알래스카도 그렇게 맞닿아 있다. 물 한방울도 둘을 갈라놓지 않는다. 팡파르 소리도 없이 유럽과 아시아가 만난다. 대륙들과 나라들이 잇따른다. 지구는 작지 않지만 거의 끝없이 이어진다. 유려히 흐르는 운문들의 서사시다. 상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타래가 풀리듯 바다가 다가오고,  계속 다가오고 다가오고 다가오는 동안에도, 윤기 나는 파란색을 제외하면 육지는 물론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을 떄도, 아는 나라들이 죄다 우주 동굴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것처럼 보일 때도 다른 무언가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다른 무언가는 없기 때문이다.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  (217쪽)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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