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지음/노승영 옮김/북하우스/2020년

아이슬란드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시간'과 '물'을 열쇳말로 풀어내는 접근이 참신하다는 평을 보고 집어들었다. 요즘 글쓰기의 트렌드인가 싶은데, 거시적인 주제를 지은이 개인의 이야기와 맞물려 서술한 점이 좋았다. 빙하의 나라 아이슬란드 사람답게 저자는 기후변화를 주로 빙하의 변화를 소재로 다루며 이야기하는데, 시종 과학자가 아닌 작가와 환경운동가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점이 더 설득력이 있더라.

과학자들은 주장의 근거를 나열하고 보수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보통이다. 저자는 지구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21세기 말이 우리 아이들이 할머니가 되기전에 찾아올텐데, 그들의 고통을 내 알바 아니라고 외면할 것인가 반복해서 지적하고 호소한다.

그리고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제시하는 여러가지 통계수치가 독자를 압박한다. 이런식으로.

"알루미늄 산업은 알루미늄 1톤을 생산할 때마다 평균 약 8톤의 CO2를 배출하는데, 다 하면 연간 약 5억 톤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2퍼센트에 육박한다.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은 1990년 이래 10억 톤이 증가했다. 철강 1톤을 생산할 때마다 약 2톤의 CO2가 배출된다. 플라스틱 산업, 제지 산업, 패션 산업, 자동차 산업, 에너지 시장 전체, 건설 산업, 육류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최근 전세계 산출량이 증가했다. 대기 중 CO2의 50퍼센트는 1990년 이후의 배출로 인한 것이다. "(248쪽)

나의 이십대가 시작한 90년대는 한국인이 소비문화에 포획되기 시작한 출발점이다. 지구의 온도를 올려놓은 범인을 찾아보자면 그 시절부터 갖가지 편의상품을 사들이기 시작하고 알루미늄 캔 맥주를 들이켜온 나도 예외일 수 없다는 일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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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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