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인간선언

독서일지 2024. 2. 29. 05:59

부제:기후위기를 넘는 새로운 우리의 발명

김한민 지음, 한겨레엔, 2023년

 

탈인간은 탈인간중심주의의 준말로, 말 그대로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이때의 인간이란 대개 서양의, 근대의 , 산업사회의, 도시의, 중산층 이상의, 비장애인 백인 남성이라는 특징을 은연중에 전제한다. (중략) 탈인간은 이렇게 인간이란 개념에 스며들어 고착화된 관념들로부터 탈피하고자 한다. 

나는 생태중심주의라는 말이 형용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생태계에는 고정된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무한한 관계들이 얽혀 있을 뿐이다. 중심은 잠시 나타났다가 휘발하는, 임시적인 초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는 일은 또 다른 중심을 세우는 걸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굳이 인간중심의 반대말을 꼽으라면 나는 차라리 '인간 매개'라고 하고 싶다.  (10~!2쪽)

내가 가장 먼저 소망하는 변화는 '낚시 예능'이라는, 약한 존재에게 가하는 폭력의 일상화 오락화를 공고히하는 방송물부터 사라지는 것이다. 고기나 살육 자체보다 바다와의 교감, 고요의 음미를 선호하며, 미늘 없는 낚싯ㅅ바늘을 사용해 잡자마자 놓아주는 낚시인이라면 이 정도 변화는 반기지 않을까. 정작 널리 방송을 타야 할 정보는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잡자마자 풀어주는 소위 가장 '무해하다고' 통용되는 낚시조차 어류의 보호용 점액층과 피부를 손상시켜 결국 죽음에 이르기 쉽게 만든다는 사실. (73쪽)

물 들어오면 노를 잠시 놓으라. 그리고 물길을 읽으라. 이 물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열심히 따라가면 나는 무엇에 기여하게 되는가. 다시 돌아오지 못해도 좋은가. (106쪽)

늙어간다는 건 뭘까. 그건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희망을 찾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혹은 앉아서 찾는 것이다. 희망을 나 아닌 남에게서 찾는 것이다. 아니 찾지도 않으면서 관전평만 하는 것이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일이 진심으로 걱정돼 무슨 행동이라도 하지 않고는 못 배겨 거리로 나가는 대신, 그렇게 나선 이들을 치기 어리거나 한심하게 여기는 것이다. (201쪽)

"나는 동료들, 좋은 사람들에게 힘을 얻는다. 작은 사회 변화라도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은 찾아보면 늘 어딘가에 있다. 크고 작은 기후 관련 모임, 집회, 축제, 행진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후 문제를 진지하게 대하는 군중이 물리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얻는 힘은 적지 않다. 뜻 맞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절대 고립되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다" (208쪽)

하지만 진짜 힘과 마음의 평정은 앉아서 이런 생각만 할땐 절대 오지 않더라고요. 이 사태의 해결책의 일부가 되어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하고 있지 않 이상. 그래서 이 시대는 모두가 활동가가 되기를 요구합니다.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한 싸움도 처음엔 소수에서 시작하지만 모두의 힘을 필요로 합니다. 누구는 석탄발전소 반대 운동에, 누구는 정부가 행동을 하도록 압박하는 일에, 누구는 비행기 덜 타기 운동, 누구는 탈축산, 탈육식 운동에, 누구는 프라스틱 줄이기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자기 세계를 확장시켜 나아가면 서로 다른 운동들이 만나며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211쪽)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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