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2023

나는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손바닥만한 화면으로 짧은 영상을 들여다보는 행위 자체가 달갑지 않기도 하지만 굳이 영상으로 봐야할 뉴스나 정보, 남의 사생활이 그렇게 궁금하고 많을까, 그건 일종의 낭비 아닐까 하는 찜찜함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반복해 말한다. 고작 남의 집 고양이가 재롱부리는 영상을 보자고 지구를 이렇게 뜨겁게 만드는 짓거리가 얼마나 한심하고 위험한 자멸적 행동인지.

인터넷 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는 고용량 영상이 일반화된 건 최근 몇년 사이의 일이다. 당연히 그 기술적 기반이 있고 치러야 할 비용이 있을텐데 그 이면까지 관심을 기울이기에 바쁜 대개의 현대인들은 그 비용을 고작 핸드폰 요금 몇만원에 국한해서 생각하기 쉽다.

아주 저렴해진 스토리지와 엄청나게 빨라진 CPU, 그로인해 비약적으로 가성비가 높아진 서버 컴퓨터와  기가급으로 빨라진 인터넷 망의 속도가 합쳐져 탄생한 것이 클라우드 서비스, 그놈의 하드웨어의 코어에 데이터 센터가 있다. 전 세계에 걸쳐 날로 우후죽순 늘어나는 데이터 센터는 엄청난 전기를 잡아먹는데, 지구 반대편에서 클릭한 '좋아요' 신호를 접수해 연산하고 처리하는 따위의 일을 쉴새 없이 수행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발생하는 열을 냉방기를 돌려 식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채굴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깨끗한 미래산업으로만 포장되어 온 디지털 기술이 지극히 물질적인 실체를 가진 산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역작이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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