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과학사에 빛나는 과학 발견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출판사,2021

코페르니쿠스에서 시작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근대 과학의 발전사를 하나로 꿰어 보여주는 역작이다. 부제에서 말하듯 저자가 역점을 두는 포인트는 두 가지 점에 있다. 과학의 역사는 '점진적인 발견'의 역사이며, 그 발견을 이루는데 젊음을 또는 평생을 바쳐 살아낸 '사람들'의 역사라는 점.

이런 관점은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 관점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이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보여주는 유용함을 부정할 수야 없겠지만, 900쪽이 넘는 과학자들의 긴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과학은 비범한 천재가 단숨에 도약하는 식으로 발전하지 않았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흥미로운 대목중 하나는, 역사는 승자들의 역사라는 말이 과학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작 뉴턴이 미적분학을 창안하던 비슷한 시기에 라이프니츠도 독자적으로 창시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지만 거기서 다가 아니었다. 동시대를 살았던 또다른 탁월한 과학자 로버트 훅에 대해 저자는 뉴턴과 훅 중 어느쪽이 더 기여가 큰 과학자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과학에 대한 우호적인 토론이라면 언제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열린 자세'의 훅과 오만하고 편협하며 자기의 성취를 드러내는데 결코 타협하지 않았던 악질적인 성격의 소유자 뉴턴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현대과학은 너무나 세분화되어 이론 물리학과 생물학의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헌데 이 책에서 보여주는 과학 발전의 역사는 지금 시점에서 개별과학으로 정립되어 존재하는 것만 같은 서로 독립된 과학분야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역동적으로 달려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근대편의 결론에 해당하는 소절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밀한 부분에서 부정확하다 하더라도, 기후 변화 패턴이 3~4백만 년 전 시작된 것과 삼림 지대 유인원이 진화하여 인간이 되는 것 역시 3~4백만 년 전 시작됐다는 것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두 사건이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천문주기와 대륙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덕분이다. 대륙이동으로 인해 드물게도 그 천문주기가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상적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전체적으로 여기에는 대륙이동의 원동력인 대류 같은 것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물리학, 천문주기를 설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뉴턴 동역학과 중력이론, 해저의 시료를 분석하는 화학, 지자기 연대측정을 위한 전자기학, 레이와 린네 같은 사람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생물 종과 생물세계에 대한 이해, 그리고 다윈과 월리스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이론이 개입돼 있다. 이것은 우리는 지구상의 여느 생물 종과 마찬가지로 자연선택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평범한 생물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아이작 뉴턴의 연구에서 시작된 3세기에 걸친 '고전과학'이 얻어 낸 최고의 쾌거에 해당하는 깨달음이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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