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추천글을 보고 알게 되어 올 초에 사서 이제 다 읽었다.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 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라는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을 잘 함축하고 있다.

근대세계가 도래한 이래 신의 죽음이 선언된 이후, 인간은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며 의미지울 수 있는 완전무결한 주체가 된 듯 했지만 정작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깊은 허무속에 빠져버린 역설의 결과를 맞이했다. 만연한 무의미의 삶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지적 여정이 이 책의 내용이다.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저자들은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서양 고전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자신들이 설정한 목적지로 이 무거운 문제의식을 밀고간다.

읽기에도 물론 만만한 내용이 아니었지만 놀랍도록 재미있고 결론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독후 메모.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행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뿐이다. 색깔들을 모두 더하면 무슨 색이 나올지 궁금해하지 말라. 그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정조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성스러운 것에 반응하는 갖가지 방식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라. 이처럼 성스러움에 끝없이 공명하는 삶은 궁극적으로 만족스럽고 행복하며 즐겁기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태도가 궁긍적이고 최종적인 의미를 우리 삶에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로 하여금 모든 의미를 공평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되게끔 해준다.  (305쪽)

이렇듯 다양한 실천적 지식을 통해서 장인은 나무에 대한 단순한 책임감을 넘어서, 자신이 사는 고장과 땅에 대한 유대감을 가슴 깊이 간직하게 된다.... 특정 장소에 대한 이런 존경심은 기술적 숙련이나 반사적 반응과 같은 우리의 기술 개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한 성스러움의 감각을 갖게 해주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신을 최고의 상태로 고양시켜 준다. (359쪽)

질의 저하보다 더 나쁜 것은 차이를 설명하는 기술을 잃는다는 점이다. 기예에 대한 지식이 우리에게서 사라질수록 세계는 더욱더 가치의 구분을 잃게 된다.... 테크놀로지는 기예의 필요성을 없애는 동시에, 우리 자신을 의미의 육성자로 보는 고매한 관념마저 없애버린다. (364쪽)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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