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


십년후 안미숙의 추천으로 구입해 읽었다. 작은 책이다. 읽기 쉽다.

'페미니스트로 아이를 키운다'는 주장이 들어있는 책임에도 쉽다. 아니 그래서 쉬운 건지도 모르겠다.

글 쓰는 일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려울수도 있는 주제를 이렇게 쉽고, 또 자신의 삶에 근거해서 글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능력이다. 그런면에서 일단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다.

열다섯가지 제안은 이렇다.

1. 충만한 사람이 될 것. - 자신의 일에서 오는 자신감과 충족감이 엄마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2. 같이할 것 - 설거지는 '해주는'게 아니고, 아빠가 아이를 '봐주는'게 아니다. 같이 하는거다.

3. 성 역할은 완벽한 헛소리라고 가르칠 것.

4. 유사페미니즘의 위험성에 주의할것. 

  '여자에게 잘해줘야 한다', '남편의 허락으로 그녀는 훌륭한 직업인이 되었다'는 말은 모두 개소리다.

5. 독서를 가르칠 것.

6. 흔히 쓰이는 표현에 의구심을 갖도록 가르칠 것 -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인습적 표현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7. 결혼을 업적처럼 이야기하지 말 것. - 여자는 좋은 결혼을 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다

8. 호감형 되기를 거부하도록 가르칠 것.

  - 충만한 사람,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동등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아는 정직한 사람이 되어야 하므로.

9. 민족적 정체성을 가르칠 것.  - 지은이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므로.

10. 아이의 일, 특히 외모와 관련된 일에 신중해질 것.

11. 우리 문화가 사회규범에 대한 근거를 들 때 선택적으로 생물학을 사용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도록 가르칠 것.

12. 일찍부터 성교육을 할 것.

13. 사랑이 반드시 찾아올테니 응원해 줄 것.

14. 억압에 대해 가르칠 때 억압당하는 사람을 성자로 만들지 않도록 조심할 것.

15. 차이에 대해 가르칠 것.

어렸을 때, 후진국 한국에 태어난 것이 한스러웠다. 미국이나 스웨덴에 태어나는 행운이 왜 나를 비껴간 것일까 한탄도 해보았다. 스무살때 혁명하는 인간이 되고자하는 거룩한 사명을 이해했고 식민지 조국에 태어난 것이 참으로 감사했다. 소외당한 사람이 더 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많은 것일테니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여자로 태어났더라면 더 균형잡히고 지혜로운 인간으로 삶을 살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나도 내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고 싶었다. 첫째 아이 이름을 지을때 '김조상욱'이라 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었다. 내 이름은 바꾸지 않았다. 비겁한 타협이기도 했다. 그 아이가 컸을 때 조리사가 되고 싶은 꿈을 잠시 꾸었더랬다. 이유는 아빠처럼 요리하는 남자가 멋있어 보여서. 그 말을 듣고 감사했다.

둘째부터는 실천을 더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분홍색/빨간색 계열의 색상에 거부감이 없다. 여자아이들하고도 잘 노는 남자아이다. 둘째 젖먹이 때부터 육아의 최소한 3분의 1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마음먹었고 어느정도는 실천했다고 본다.

외모, 성교육에 있어서 나는 여전히 보수주의자임을 느꼈다.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큰 아이에게 종종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우리때보다 훨씬 일찍 성에 눈을 뜬 작은애에게 제대로 설명하기가 힘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용기와 슬기를 얻은 것 같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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