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나라는 사람을 유심히 들여다본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내가 시와는 반역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먼 산정에 서 있는 마음으로 나의 자식과 나의 아내와

그 주위에 놓인 잡스러운 물건들을 본다

 

그리고

나는 이미 정해진 물체만을 보기로 결심하고 있는데

만약에 또 어느 나의 친구가 와서 나의 꿈을 깨워주고

나의 그릇됨을 꾸짖어주어도 좋다

 

함부로 흘리는 피가 싫어서

이다지 낡아빠진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리라

먼지 낀 잡초 위에 잠자는 구름이여

고생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철 늦은 거미같이 존재 없이 살기도 어려운 일

 

방 두 칸과 마루 한 칸과 말쑥한 부엌과 애처로운 처를 거느리고

외양만이라도 남들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이다지도 쑥스러울 수가 있을까

 

시를 배반하고 사는 마음이여

자기의 나체를 더듬어보고 살펴볼 수 없는 시인처럼

비참한 사람이 또 있을까

거리에 나와서 집을 보고 집에 앉아서 거리를 그리던

어리석음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나보다

날아간 제비와 같이

 

날아간 제비와 같이 자국도 꿈도 없이

어디로인지 알 수 없으나

어디로든 가야 할 반역의 정신

 

나는 지금 산정에 있다

시를 반역한 죄로

이 메마른 산정에서 오랫동안 꿈도 없이 바라보아야할 구름

그리고 그 구름의 파수병인 나.

 

 

  - 김수영의 시 <구룸의 파수병>, 은유 <싸울때마다 투명해진다> 271쪽.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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