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에 간혹 원고가 실리더니 녹색평론사에서 아예 그의 단행본을 냈다는 기사를 봤을때부터 읽어보고 싶었다.

좀 늦긴했지만, 읽기를 잘했다.


서양에서 들여온 개념과 사유의 방식만으로 이 땅의 현실을 연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그래서 뚝심있게 독자적인 학문의 체계를 세우는데 관심을 두는 공부인들을 보면 반가왔다. 김상봉 교수가 대표적이겠지.

이러한 관점은 당연히도, 동양의 학문과 사상의 전통을 다시 음미해볼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허나 필요성은 필요성일뿐. 동양 고전에 직접 도전하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배병삼의 이 책이 그래서 좋았다. 이 책은 놀랍게도 쉽다!

2천년 전의 공자와 맹자의 사상으로 이야기를 끌고가지만 저자의 관심사는 일관되게 '지금-여기'의 시공간에 놓여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책에 소개되는 500년동안 이어진 폭력과 불인(不仁)의 '춘추전국시대'의 양상은 신뢰와 덕성이 번번이 폭력과 자본의 힘에 무릎꿇곤하는 현재와 겹쳐 읽힌다. 그런 대비 속에서 저자는 딱딱하게만 여겨왔던 유교 사상의 핵심을 유려한 문체로 완전히 현대에 맞게 성공적으로 재해석했다. 이게 가능한 것은 아마도 그가 한문학과나 동양철학과가 아니라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며 학문을 시작한 배경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작년에 읽었던 <혁명을 기도하라>가 떠올랐다.

2000년전 예수의 삶을 당대의 불의한 기득권자들에 맞서 대결했던 혁명가로 읽은 점이 포인트였다.

공자와 맹자가 주창한 유교철학의 성립배경도 유사한 점이 있다. 

폭력과 죽임의 시대였던 당대의 과제와 씨름하며 백성들이 더불어 행복한(與民同樂) 유토피아를 꿈꾸었다는 점에서.


아, 졸립네. 눈으로 그은 밑줄은 내일 밤 멀쩡하게 퇴근하면 써야겠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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