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의 저자 피터 싱어가 쓴 미국의 독보적인 동물운동가 헨리 스피라의 평전.


동물에게 독극물을 주입하는 대기업은 악의 무리, 동물의 완전한 해방을 꿈꾸는 동물운동가 진영은 절대선.

헨리 스피라가 뒤늦게 미국의 동물운동진영에 등장하기 전까지 익숙하던 구도라 한다.

이런 구도로 십수년이 흘러도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대중은 래디컬하고 비현실적인 동물운동가들을 외면했고, 대중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동물운동가들을 대기업은 무시했다. 그리고 해마다 실험실에서 끔찍하게 생을 마감하는 동물들의 숫자는 오히려 늘어만갔다.

이 책은 피터 싱어의 <실천윤리학>을 삶으로 체현한 듯 보이는 열혈 실천가 헨리 스피라가, 어떻게 이런 양상의 운동을 뛰어넘어 동물운동을 대중속에 뿌리박게 만들었는지, 그리하여 어떻게 대기업과 관료의 관행 - '동물의 권리는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다'는 - 을 바꾸었고 마침내 급진적이고 전투적인 스피라의 동지들은 실패했던 '동물구하기'의 목적이 달성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작이다.


읽는 내내 한국의 생태주의 운동, 더 나아가 한국의 진보운동 일반을 떠올리게 되었다. 통합진보당과 경기동부가 생각났으며, 헨리스피라가 처음 운동을 시작했던 70년대 초반, 그의 그룹은 고작 여덟명이었다는 대목에서는 인천녹색당의 벗들이 생각났다.



밑줄 & 요약


인생에 목적이 있는지 하는 것은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야. 어떤 목적을 위해서 인생을 살아갈지 하는 것은 실천적 문제지. 

  -1954년 마지가 아들 헨리에게 보낸 편지


** '개인은 세상을 바꿀만한 힘이 없다'는 통념을 헨리 스피라는 어떻게 뛰어넘었는가.

1. 사람들이 오늘 무엇을 생각하며 내일은 어떻게 생각할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무엇보다 현실감각을 꾸준히 유지하라. 

  - 활동가들하고만 어울려 지내는 활동가들이 너무 많다.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그들은 감을 잡지 못한다.

  - 노동자당 기관지의 기자였던 헨리는 맑스주의-트로츠키주의의 틀에 빠져 현실을 무시했던 모습에 너무 익숙했다. 그래서였다.


2. 주제가 여론에 약한지, 겪는 고통이 큰지, 변화의 전망이 있는지에 따라 운동의 목표를 정하라.

 - 헨리는 사람들의 상식에 어긋난다고 확신했을 때 효과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운동의 가치와 성공의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것 또한 중요하다. 점진적 변화를 성취하는 것의 중요성.


3.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잡아라. 한걸음씩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켜라. 인식을 제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인식의 제고가 전략 혹은 목표라는 말은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다.

 - 60년대 흑인민권운동의 희생과 점진적인 전진을 목격한 그의 경험이 바탕이 된 관점이다.


4.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자료를 확보하라. 추측은 절대 하지 말라. 매체나 대중을 절대 속이지 말라. 신뢰를 유지하며 문제를 과장하거나 자극하지 말라.

 - 미국의 정보자유법을 극한대로 활용하고 자료를 축척했던 헨리의 방법을 참고하자.


5. 세상을 성자와 악인으로 구분하지 말라.

 - 헨리는 말한다. "사람은 바뀔 수 있죠. 나도 전에는 육식을 했지만 내가 식인종이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6.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를 해보고 협력을 모색하라. 문제와 해결책을 함께 개진하라. 최선의 방법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 상대가 누구건 공격하기 전에 편지를 보내고 대화를 시도하는 그의 자세를 본받자. 불필요하게 적을 만들지 않으며, 적진에서도 내 편을 만드는 결과를 낳는 비결이었다.


7. 목표가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대결을 불사하라. 합의한 대화 통로가 작동하지 않으면, 반대편을 수세로 몰기 위해서 대중의 인식 높이기 운동을 마련하라.

 -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때 공격할 수 있는 정보의 확보와, 동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연대망의 구축이 전제다. 


8. 관료주의를 피하라.

 - 조직논리 (사무실 임대료와 상근자 인건비에 허덕대며, 회의하다 볼짱 다보는) 에 빠지지 않으려 평생 혼자 활동했던 그의 방식을 참고하라.


9. 법률 제정이나 소송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가정하지 말라.


10. 효과가 있는가? 하고 자문하라.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걸었던 행로를 만족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면 행복하게 살았다는 한 가지 증거일 것이다. (헨리는 55세에 동물운동을 시작해 68세에 죽었다)  398쪽


"내가 춤을 출 수 없다면 그것은 내가 원하는 혁명이 아니다"(엠마 골드만의 말) 언제나 헨리의 심금을 울렸던 구절이었다.   401쪽


고통과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는 것보다 중요한 동기부여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요? 402쪽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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