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소고기와 상가집에서 만나 술을 마셨다. 십수년째 한결같은 이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기쁨과 안도이기도 하고, 달라지지 않는 틀에 머물러 있는 걸 볼 땐 답답하기도 하다. 여전히 '운동의 이상'과 '신념'이 '생활'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 녀석과 말을 하다가 문득, 이 책을 권하고 싶었다. 한권 사주었다.

- 저자는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는 참다운 운동의 방편으로서 빵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꿈속에서 할아버지가 점지해 주셨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 스스로 오랜 에돌아가는 길을 거쳐 찾아낸 욕구였다. 그 욕구를 정면으로 대면하고서 회피하지 않다보니, 더 많은 가치와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밟게 되었다. 소고기와 반대다.

 

- 맥주모임을 하며, 자본이 공급해주는 걸 먹는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먹는다는 것 자체가 일단 좋았다. 그런데 수입된 깡통을 시발로 하는 과정이 많이 아쉬웠다. 그 아쉬움의 실체를 이 책에서 발견한 느낌.


- 천연균 자연발효 방식으로 빵을 만들며 저자는 '부패한다'/발효한다는 것의 깊은 의미를 체득하게 되고, 그 원리와 이치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고루 적용할 수 있다는 데 까지 깨달음은 확장된다. 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를 '자연의 원리에 조응하여 순환하지 않고 부패하지 않는 돈의 체계'로 간명하게 짚어낼 수 있음이 창조적이다. 멋지다.


- 유기농산물 도매회사. 간판은 그럴듯하지만 내실은 삿된 수단의 점철이었던 그 시절의 경험은 현재 내 살이와 겹쳐 읽힌다. 그럼에도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나 자신과.


- 저자는 고등학교 때까지 '날라리'였고 공부의 기초가 약한 사람이었을텐데 책을 굉장히 잘 썼다! 기획력도 좋고, 문장도 부드러우며, 구성도 빼어나다. 삽화도 좋고. 이거 뭐지?


- 저자가 지적한 '가혹한 노동의 현실'에서 다소나마 벗어나서 월급을 깎지 않는 주 4일 근무를 실현한데 경의를! 그러나 조금 아쉬운점. 저자는 획기적인 기술혁신을 이루어 상품화에 성공하고, 치열한 경쟁속 시장에서 살아남은 아주 드문 모범사례다. 즉, 누구나 다 이렇게 살 수 있는 능력 - 노력말고 - 을 지닌 것은 아닌 것이다. 창업할 자본의 절대액 자체가 모자라고, 창업을 하더라도 혁신의 밑바탕이 없고, 특출나지 않은 보통사람들이 장시간/유동적인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정녕 어디에 있을까?


p77 코를 훌쩍거린 이유, 충격이다. 한국은 더하겠지.



- 부패하지 않는 돈 -> 이자를 낳는 자본과 금융.

- 부패하지 않는 경제 ->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 썩어야 할 것을 제때 썩지 못하게 함으로서 종국은 전체를 더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부패하는 경제의 핵심 - 

발효 / 

p132 자연재배와 천연균 발효의 관계! 유기재배가 정답은 아니었다!


p137 부패는 생명에게 불필요한 것들 또는 불순한 것들을 정화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명력이 있는 것에는 붙어서 발효라는 마술을 보여주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거나 약해 빠진 것들은 썩혀 소멸시킴으로서 전체를 이롭게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꺠달음이다!


p141 균을 찾겠다고 힘쏟았지만 결국 자연의 힘에 맡겨야 한다는 깨달음. 사람또한. 키우는게 아니라 자라날 수 있게 돕는 다는 것.

145 쪽 : 같은 따에서 자라난 것을 써야 궁합이 맞는다.


순환 / 

흥미로웠던 저자의 젊은 날 이야기. 헝가리에서 자연음식을 경험하다니! 우리는, 각자의 어린시절의 추억?

지역통화같은 빵 만들기.  팔수록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자연환경의 풍요로움, 다양성을 되찾는 빵. 좋네.


이윤남기지 않기 / 

빵과 사람 키우기 / 

204쪽 "균은 손이 많이 가는 자식 같다. 부모가 해줄수 있는 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환경을 만들어주는 일. 살아있는 균이 잘 자랄 수 있게 해 주는 일. 천기저귀가 유기농이었다면 '자연육아법'은 자연농법이다. 와, 대단하다 이 부부!!

208쪽. 과학기술이 후퇴시킨 인간 각자의 내면의 힘을 되살리기. 그 깨달음도 훌륭해.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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