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책모임 <글인>에서 지난주에 함께 읽은 책이다.
잔업하느라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늦게서야 혼자 읽었다.
오스트리아의 교통전문가인 저자가 보기에 자동차는 인간의 삶의 터전인 자연을 망가뜨리는 기술문명의 상징이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도 도로를 건설하는 회사도 '작고 인간적인 규모의 공동체'에는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 재벌대기업이다. 이들의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들이 '자동차시스템'에 유리하도록 법을 만들어주어 이들은 승승장구한다.
도로 건설은 자연생태계와 경관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배기가스의 확산으로 주변 동식물에 치명적인 파괴적 영향력을 끼친다. 자동차가 발생시키는 소음과 배기가스는 인간의 생명도 직접 위협한다. 자동차로 유지되는 사회시스템으로 빠른 속도로 바뀌며 동네상권은 몰락하고 공동체는 파괴된다.
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는 진보를 낳지만,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빠른 속도의 변화는 파괴를 결과할 뿐이다. 자동차의 속도는 인간의 지각능력이 감당할 수 없다. 이미 인간과 생태계, 도시의 생존은 파국으로 치달아가고 있으며 오일피크는 그 결정타가 될 것이다.
문제는 자동차가 가져다주는 안락함과 편의성에 도시인 개개인들이 이미 깊이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보행인과 자동차인간은 이미 다른 종이 되어버렸다. 이른바 '자동차 바이러스'다.
요약하자면 이 정도 이야기인데, 아마도 저자가 여러 매체에 투고한 글들을 엮은 책이거나 강연록을 조합항 만든 모양이다. 같은 이야기가 여러곳에서 반복되어 지루하다. 참신하지만 과학적 엄밀성은 부족해보이는 파격적인 주장 - 게놈과 이성의 경쟁과도 같은 - 에는 저자의 논지를 뒷받침해줄 각주가 아예 빠져있다. 세세한 부분까지는 챙기지 못한 출판기획에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집없이는 살아도 자동차 없이는 못사는 오늘 인간과 지구의 미래를 염려하는 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밑줄 메모.
달릴 때와 같이 운동에너지로 전환되는 근육 에너지의 평균 효율성은 8퍼센트 정도. 그러나 자전거를 탈 때는 약 26퍼센트로, 운동할 때보다 3배 이상의 에너지 효율성을 낼 수 있다. 게다가 자전거는 훨씬 편리하게 짐을 운반할 수도 있다. 다른 이동 수단과 에너지 효율성을 비교해 보면 자전거가 단연 으뜸이다. (33쪽)
빈곤의 시대보다 과잉의 시대에 그릇된 방향의 발전이 이루어지기 쉽다. 자동차는 점점 사치스러워지고 무게가 증가한 반면 효율성은 떨어졌다. 폭스바겐의 골프가 처음 시장에 선보였을 때 차체의 무게는 750킬로그램이었으나, 지금 신형 모델의 무게는 1.6톤이나 된다. (44쪽)
단순한 제조 기술과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부속품의 확보, 견고함은 포드 자동차 모델의 장점이었다. 현대적인 자동차의 복잡한 기술에 짜증이 난 운전자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다. 오늘날의 자동차는 예전과 비교해 겉모습은 그럴싸해졌지만 기술적으로는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겉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퇴행했다는 증거다. (58쪽)
사기업은 공공 교통수단에 압박을 가할 수 없다면 공공교통수단을 운영하는 공기업을 매입하려 했다. 공기업의 사유화는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경제학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활발히 진행되었다.... GM. 스텐더드 오일, 파이어스톤(타이어제조사)은 수십년에 걸쳐 미국 대도시 노선 전차 회사를 매입한 후 전 노선을 폐쇄했다. 전차는 쓸모없는 쓰레기로 전락했고 선로 위에는 아스팔트가 깔렸다. (60쪽)
나치독일은 자동차 보급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제국주차법을 1939년에 제정함으로써, 모든 건물 신축시 주차공간 확보를 의무화했다. 나치 독재정권이 비인간적인 법질서가 전 세계 나라들에게 받아들여져 오늘날까지 시행되고 있다. 집을 지을 때 아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자동차 중심 사회가 낳은 폐해는 우리 후손들이 짊어지고 나갈 짐이 되었다. (93쪽,157쪽)
인간의 감각기관은 도보 속도에서 가장 훌륭하게 기능을 발휘한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 인식하지 못하는 정보가 늘어나고 교통사고의 위험이 증가한다. .... 전문가들은 (그러나) 교통사고 건수 증가 원인을 교통 시스템 자체에서 찾기보다는 보행자나 운전자의 책임으로 돌리려 한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능력만으로는 자동차를 통제할 수 없고, 철도교통의 안전 시스템과 같이 외부적인 통제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83족, 115쪽)
한 해에 수백만 명이 넘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이보다 2배 가까운 사람들이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질병으로 일찍 생을 마감한다. 이는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 수에 비견될 정도다.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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