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
가령 이런 것
콩나물시루 지나는 물줄기 - 붙잡아려는 - 콩나물 줄기의 안간힘
물줄기 지나갈 때 솨아아 몸을 늘이는 - 콩나물의 시간
닿을 길 없는 어여쁜 정념
다시 가령 이런 것
언제 다시 물이 지나갈지
물 주는 손의 마음까진 알 수 없는 의기소침
그래도 다시 물 지나갈 때 기다리며 - 쌔근쌔근한 콩나물 하나씩에 든 여린 그리움
낭창하게 가늘은 목선의 짠함
짠해서 자꾸 놓치는 그래도 놓을 수 없는
물줄기 지나간다
다음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므로
생의 전부이듯 뿌리를 쭉 편다
아- 너를 붙잡고 싶어 요동치는
여리디여린 콩나물 몸속의 역동
받아, 이거 아삭아삭한 폭풍 한 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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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그렇듯 오늘도, 몸 고단하고 마음마저 팍팍한 하루를 보낸 후
소주생각 간절한데, 기말공사 시험공부하는 아들 놈 눈치보느라 참던 중에
문득
아주 시니컬했던 김선우의 시편 하나가 떠올라 그걸 옮겨 적을까 하다가,
책장을 넘기다 아주 말랑말랑한 이 시가 눈에 띄어 적어두기로 하다.
잘 했다.
좋은 글은 다시 따라 읽으며 자판을 두드리거나, 손글씨로 옮겨 적거나
소리내어 입말로 내뱉을때, 그 의미가 더 와닿는다.
'어여쁜 정념, 아삭아삭한 폭풍' 같은 구절이
쾌감이 되고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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