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
젊은 여자 개그맨이 TV에서 연애시절 받은 편지를 읽는다
편지는 이렇게 끝난다 [니꺼가]
세 음절의 그 말을 힘주어 읽은 후 어깨를 편다 젊은 남자 가수가
노래를 한다 밥을 먹다가 나는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멍해진다
'내꺼 중에 최고'가 노래 제목이다 내꺼 중에 최고......
보채는 당신에게 나는 끝내 이 말을 해주지 않는다
[누구꺼? 당신꺼 내꺼]
이 모든 소유격에 숨어 있는 마음의 그림자노동,
그게 싫어,라고 말하려다 관둔다 내가 좀더 현명하다면
[당신꺼]라고 편안히 말해줄 수도 있을 텐데 여인을 업어
강 건네준 후 여인을 잊는 구도자의 자유자재처럼
모두에게 속하고 어디에도 영원히 속할 수 없는
말이야 천만번 못하겠는가 내 마음이 당신을 이리 사랑하는데
그런데도 나는 [당신꺼]라고 말하지 않는다
햇살을 곰곰 빗기면서 매일 다시 생각해도
당신이 어떻게 내 것인가 햇살이 공기가 대지가 어떻게,
내 것이 아닌 당신을 나는 오 늘 도 다 만 사 랑 한 다.......
.................................................................................................
읽을 때는 몰랐다가, 책장을 따라가며 자판을 두드리며 알게되었다, 당신이 순식간에 햇살과 공기와 대지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부추김이 이 시에 숨어있다는 것을, 사랑하는 일에 그대에게 종속되지 않는 나의 주체적인 선택과 행위임을, '다 만'이라는 부사의 쓰임으로 하여.
'독서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선우,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 (0) | 2012.07.03 |
|---|---|
| 김선우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0) | 2012.07.03 |
| <우리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미하엘 데 리더 저, 이수영 역, 2011, 학고재 (0) | 2012.06.06 |
| 김연수 <원더보이> (0) | 2012.05.22 |
| 2012. 4/5월에 읽은 책들 (0) | 2012.05.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