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내게 큰 불행은 히스클리프의 불행이었어. 그리고 처음부터 나도 각자의 불행을 보고 느꼈어.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무엇보다도 생각한 것은 히스클리프 자신이었단 말이야. 만약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역시 살아갈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없어진다면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나는 그 일부분으로 생각되지도 않을 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거야.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캐더린 언쇼의 말)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행복은 말이지, 살랑거리는 푸른 나무 위에 앉아 흔들거리며, 불어오는 서풍을 받으며 맑고 흰 구름이 하늘을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종달새뿐만 아니라 지빠귀, 굴뚝새, 방울새, 그리고 뻐꾸기 같은 새들이 사방에서 울어대는 소리가 들리고, 거기에 시원해 보이는 으스름 골짜기를 드문드문 이루며 멀리 뻗쳐 있는 벌판이 보이고, 가까이는 산들바람에 물결치듯 나부끼는 긴 풀이 무성한, 굽이치는 커다란 언덕이 있고 숲이며 소리 내며 흐르는 시내, 그리고 온 세상이 기쁨에 깨어 날뛰는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이라고 했어."  (캐더린 린튼의 말)

 

주인공은 단연 히스클리프가 맞다. 허나 작가가 말하고 싶었을 진실한 사랑의 요체와 참다운 행복의 모습은 두명의 캐더린의 입을 통해서 발화된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문고판으로 접했던 책으로는 줄거리만 따라가며 읽었으리라. 설령 이 두가지 대사가 있었고, 그 때 내가 읽었더라도 기억하지 못했으리라. 사랑이 이토록 지독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으나, 바라긴 하지만 내게 그런 경험이 찾아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나이였다.  '행복'이라는 흔하고 밋밋한 말은 평소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지냈던 나이였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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