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출-80년대 공장으로 간 대학생들>, 오하나 지음, 2010, 이매진

 

제목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손이 뻗은 책. 학생운동 경험이 있는 학부 98학번 저자의 석사논문을 다듬어 낸 단행본이다. 문헌조사와 학출 노동운동가(출신자)9명과 나눈 구술인터뷰를 재료로 하여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던 학출 노동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98학번이 이런 이야기를 쓰다니. 학출로서 노동운동 현장을 결단했던 시절은 지은이의 선배의 선배의 선배쯤에서 대부분 끝났을 터인데, 그 시대의 결단에 대한 가감없는 존중을 가진 진지한 학생운동가였겠다, 지은이는, 싶다.

책을 읽고 난 후 엉뚱하게도, 운동가들의 생애사 연구를 해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초반의 현장이전 문화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젊은 연구자가 인터뷰에 의존해서 쓴 탓이라 느런 느낌이겠다. 학출-노출-노동운동의 프레임에서 다루기 어려운 훨씬 많은 생활과 사연에 대한 기록과 평가가, 언젠가는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 강은주 지음, 2012, 아카이브

 

2011년 3월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났고, 이 책을 공동기획한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2011년 4월에 체르노빌 사고 25주년 취재를 다녀왔다. 이어 올 1월에는 후쿠시마 사고지역도 방문하여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어왔다. 이어 2월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리 1호기 가동중지 은폐사고가 일어났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을 주제로 한 좋은 책들이 나오고 있는 중에 이 책이 돋보이는 건, 기획과 취재의 생생한 현장성이다. 그것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한국을 한 두릅으로 엮어 쉽고 생동감 넘치게 풀어간다. 환경 NGO와 진보정당 연구원으로 환경운동 일선에 종사하고 있는 활동가인 저자이므로, 이런 기획과 집필이 가능했을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된 중요한 사실. 체르노빌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체르노빌과는 다른나라인, 벨라루스에 사는 수 많은 아이들이 백혈병과 암으로 지금도 엄청난 고통속에서  살고 있었다.

 

 

<자본의 도시-신자유주의적 도시화와 도시정책>,최병두 저, 2012, 한울

 

부동산 버블과 송도신도시같은 기업주의 도시의 건설, 무조건 뚫고 만들고 보는 민자도로 따위는 대한민국 토건주의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게 신자유주의의 발전과정을 따라가다보면 필연적 귀결이라는게 지은이의 분석이다. 그렇구나. 공동체와 서민의 삶을 사정없이 작살내버리고, 극단적인 양극화를 양산해내는 끔찍스런 신자유주의의 도시문제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본질이었구나., 어렵긴 하지만 저자의 논지를 수긍하며 읽을 만 했다. 이론과 전개과정을 1부에서 다룬 후, 2부는 사례분석을 통해 각론을 제시했다. 서울/수도권 부동산 정책,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 문제, 대구 민자도로의 실태, 부산비엔날레를 통해 살펴보는 도시 공공예술에 대한 비판적 검토 등 네가지 꼭지가 이어진다.

내 생업에 대한 비판적 식견을 갖추는데 이론적 바탕이 될 만하겠다는 기대로, 잘 읽히지 않는 글들을 억지로 억지로 읽어댔다.

음.. 외국 이론을 분석틀로 하여 추상적 개념어 - 낯선 번역어와 외래어가 절반이 넘는데다가 - 로 시종하는 논문투의 이론서는, 이젠 참 힘들구나..

 

 

<생태공동체 뚝딱만들기>, 시골한의사 외, 2012, 수선재

 

전남 고흥반도에 얼마전 생겨난 <선애빌공동체> 주민 8명의 라이프스토리 모음.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내 경우와 아주 비슷한 내 또래 중년남성이 어떻게 가족을 설득하여 공동체 생활을 결단하게 되었는지, 공감가는 사례가 있어 더더욱 흥미진진했다.

머리로는 다 돼. 그런데 어떻게 먹고 살 것이며, 회사에서 일하는 기술외에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아는 것도 없는 나, 어떻게 대안의 삶을 살 수 있는 거지? 이런 고민에 빠진 저자가 확신을 가지고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선애빌 공동체, 좀더 알아봐야겠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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