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처음부터 싫었다. 그가 원할때면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내가 호출당할 수 있게 만드는 마물(魔物)로 보였다.

스마트폰은 달라진 이름처럼 핸드폰과는 우리네 삶에 개입해 들어온 강도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버스를 타면 젊은 사람 열에 여덟은 손바닥만한 액정화면만 쳐다보고 있다. 괴기스럽게 보였다. 카카오톡과 트위터로 절실히 누군가와의 교신을 갈구하는 만큼, 실재의 사람과 육성과 분위기로 교감하는 수고와 종종 선물처럼 주어지게 되는 값진 결실과 기쁨을 포기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내 느낌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유동하는 근대'라는 개념을 창안하여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는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SNS에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만연하는 온라인 네트워크가 오히려 사람들의 능력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본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친구들과 나누는 가상의 대화와 교체는 고독을 이해하고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시간을 앗아간다.  이는 결국 인간들간의 상호작용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고독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른바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의 도래'인 것이다.

 

당신이 일단 온라인에 '상시로 접속해'있다면, 당신은 충분하면서도 진실하게 혼자 있을 수 없게 된 셈이다. ......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쳐나가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놓친 그 고독은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다.   (31쪽)

 

젊은 사람들이 가상세계에 매력을 느끼는 주된 이유는 바로 그곳에는 오프라인 생활에서 출몰하는 모순과 충돌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오프라인 세계와 다르기 때문에 대안이 된 온라인 세계는 사람들 간의 접속을 무한히 증가시킨다. ...... 온라인 세계는 사람들 간의 접속이 지속되는 기간을 오히려 축소시키는 방식을 통해서 접속이 무한히 증대된다. 그 결과 지속적인 접속 기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그 지속 기간을 더 강화시켜야만 유지될 수 있는 그런 인간들 간의 유대관계를 오히려 약화시킨다. ...... 오프라인 세계는 각각의 유대관계를 더 확장하고 더 깊이 있게 만드는 동안에는 오히려 접촉하는 사람들의 수를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그 유대관계를 더 강화시키는 모습을 보인다. (41쪽)

 

보다 빠르고 쉽고 문제없는 '만남'을 주창하며 이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만남이 결국에는 '연결되어 있음'을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할 뿐인데도 마치 우리들에게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는 점을 납득시키려 한다.    (50쪽)

 

1970년대 10대들이 추구했던 (휴대용 음악재생기 같은) 욕망의 대상은 한층 더 복잡해진 요즘 형태의 물건들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비싸서 거의 접근하기 어려웠다. ... 지금은 그렇게 욕망했던 물품들 대부분이 모두 가격도 매력적으로 낮아져서 그런 물품을 갖는 일은 삶의 일상적인 일부분처럼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뜻밖에도 가져오게 된 피할 수 없는 결과는 바로 그처럼 획득하게 된 물건과 10대들의 정서적인 유대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물품과의 지속적인 우정이 아니라 단지 획득하게 되는 그 순간뿐이다. 10대들이 갖고 있는 모든 휴대전화의 절반정도는 결국 잃어버리거나 제자리에 두지 않아 찾지 못하게 되고 만다. ...... 쉴새 없이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특정한 활동을 위해 요구되는 용품이 아니라 바로 그 스타일이다.  (98쪽)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산산이 무너지는 장면에 충격을 받아 넋을 잃은 미국인들에게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보낸 첫 메시지가 바로 '다시 평상시처럼 쇼핑하는 일로 되돌아가라'는 말이었다. ... '시민권'이라는 의마 이처럼 점점 더 끊임없이 순종적인 소비자라는 모습에 가까워지게 됨에 따라, '애국심'이라는 의미도 덩달아 아주 성심을 다해 쇼핑에 전념해야 하는 모습으로까지 바뀌게 된 것이다.  (146쪽)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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