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3

사람일지 2012. 3. 4. 23:15

'무서운 것이 내게는 없소 / 누구라도 감사받을 생각없이 / 나는 나에게 황홀을 느낄 뿐이오'
故 김광석의 노래 '나무'의 이 대목이 무척 와닿았던 이유는, 내가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다는 자의식 때문이었을까.

실내건축일로 옮겨 오며, 종횡으로 얽혀 있던 사람과 일의 관계들을 많이 정리했다.
강한 의무로 연결되었던 관계는 특히 더더욱. 좀 편해지리라 싶었다. 그렇지 못하다.

불쑥 불쑥 어느 순간 터져나오는 분노심의 강도는 그 어느때 못지않게 세다.
문제의 핵심은 일터다. 일의 내용이다. 관계가 순탄지 못하다. 작은 조직이라 일의 내용이 관계의 상태로부터 많은 부분을 규정받는다. 해법은 둘째치고, 상황인식과 문제의 요점에 대한 진단은 내가 맞게 하고 있다고 본다.

리더의 기질과 내 기질이 너무 많이 다르다.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이 나의 그것과 너무 다르다.
이렇게 보면,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일터에서 리더와 맺는 관계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내가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하다.
얽매이고 자신감을 종종 잃으며, 진이 빠질정도의 피로감을 느낀다.
원인이 뭔지는 모르겠다. 문제가 되는 건 내가 아이들에게 전보다 더 화를 많이 내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가, 커서 그런가.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대신 '엄마 보고 싶어'를 더 많이 말한다.
첫째가, 꼰대같은 내 말투 끄트머리에서 '당신, 대책없다'는 눈빛을 보이고 쾅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

...

토요일자 한겨레에서 유시주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20대에 쌓은 미숙한 열정탓에 30대에 구로공단 근처에도 가치못했다는 그이.
동지였던 김문수, 대한민국 대표 빨갱이였던 김문수가 한나라당 입당 후 김대중 선생을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걸 보며 두번다시 그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그이
90년대 초반 사회주의의 몰락탓에 더더욱 좌파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되전 - 내적으로 - 시절을 겪었던 그이, 그러나 "남의 말 잘 듣지 않고, 독선적인" 그 시절 그 인걸들에 대한 비판이 부족했다는 것에 대해 오늘 부끄러워하는 그이,
그 부끄러움으로 30대를 숨죽여 살았던 그이,
희망제작소장 박원순 - 두개의 심장을 가졌다는 표현처럼 무서운 일중독자, 너무나도 옳으나 함께 일하기는 너무나도 피곤한 스타일인 - 에 대해, '절대적 진리에 대한 맹신을 버린 내가 그런 지도자의 버퍼로 적절하다'는 판단을 하고 그의 보좌역을 오랜동안 해왔던 그이, 그가 서울시장으로 가고 그의 시대가 끝났으므로 자신의 시대도 끝났다며 겸손할 줄 아는 그이.

그이보다 나는 10년 쯤 어리지만
기사를 읽으며 강희철 선배를 계속 떠올렸고
깊이 생각해보며 읽어도 그이가 옳으므로, 나도 좀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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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것만으로는 답이 아닐것이다.ㅣ
분노를 인지하고는 있으나, 그것을 다스리려면
무언가 해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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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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