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받은 관급 공사 현장으로는 처음이었다. 큰 사고는 없었으나 소소하지만 넘길 수 없는 실수 몇가지를 하며 또 학습하다.

1. 설계도면에 충실할 것

1) 어지간하면 도면 건드리지 마라.
- 낙찰 공사이므로 설계도면과 내역서만 가지고 공사 코디를 해야 했다. 우리 회사가 일하는 방식대로 스케치업으로 3D를 그려가며 계획을 잡았다. 물량을 계산하고 작업지시서를 만들었다. 그래야 감이 잡힌다. 그러다가 디자인이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나타나면 내 주관으로 몇 군데씩 수정을 가했다.
- 도면과 다르게 시공이 될 때는 반드시 객관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진땀빼며 실정보고서 꾸몄다.
- 도면 치수 변경은 치명적인 물량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공사의 경우 가구치수가 설계치수보다 100mm이상 줄어든 곳도 있었다.

2) 도면에 기재된 사항, 내역서에 포함된 모든 항목들을 빠짐없이 숙지할 것.
- '하부 청소도구함'이라고 지시된 곳이 3군데 있었다. 2곳은 입면에, 1곳은 평면도에 있었다. 입면은 확인했으나 평면도에 있던 것은 공사끝날때 되어서야 알아차렸다. 도면을 개판으로 그렸더라도 어쨌건 내 과업의 범위를 정하는 선이 바로 도면이다.
- 도면만 보고 "이렇게 변경되면 우리가 무조건 손햅니다... 서비스해드리는 겁니다" 큰소리를 쳤다. 실정보고서를 내라 해서 내역서>물량산출서를 따져보니 물량을 잡아놓은 부분을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액이 작아서 망정이었다.


2. 목공사 노하우

1) 슬라이딩 칠판 만들기
- 슬라이딩 칠판이나 슬라이딩 문이나 똑같다. 나왕각재로 프레임을 짜고 9밀리 합판으로 앞뒤 마감을 해놓아야 틀어짐이 생기지 않는다.
- 차이는 슬라이딩 칠판의 경우 꿀렁거림이 생기지 않도록 잡아주어야 한다는 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부 행거레일에 더해 하부 가이드레일을 깔아준다.
- 슬라이딩 칠판 자체의 무게가 많이 나가게 되므로, 칠판 주문시 원장만 시키고 아예 목수가 현장에서 접착까지 시키는 게 바람직 할 수도 있다. 칠판공장에서는 원장+철판+MDF+후철판까지 붙여오므로 무게도 많이 나가고, 두께도 무시할 수 없는 치수가 된다.
- 슬라이딩 칠판은 틀어짐이 없도록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리를 해야 할 때 문짝을 떼고 다는 것이 쉽게 만들기도 해야 한다.
 
2) 칠판 몰딩 붙이기
- 칠판 위에다가 타카핀을 박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칠판 전면은 법랑판-금속판이다!) 이런방식으로 몰딩을 설치한다.
 (가) 하지 판위에 칠판과 두께가 같은 MDF판을 폭 30mm로 켜서 걸침턱을 먼저 고정해준다.
 (나) 걸침턱위에 칠판을 올려놓는다. 칠판의 좌/우/상부에도 마찬가지로 30mm 폭으로 켠 몰딩고정용 하지띠장을 박는다.
 (다) 50mm폭으로 몰딩을 켜서 상/하/좌/우에 붙인다. 타카핀은 몰딩하지판에만 박히도록 유의한다.
- 이렇게 하려면, 몰딩을 포함한 칠판사이즈는 칠판 원장+60mm가 된다. (30mm*2) 또, 몰딩이 칠판을 상하좌우 20mm씩 물고 들어오므로, 실제 사용가능한 칠판면의 사이즈는 원장 -40mm가 된다.

3) 칠판 높이 잡기 / 붙필받침대 만들기
 - 실제로는 H=120mm 액세스플로어가 깔렸지만 도면에는 표기가 안되었던 실이 문제였다. 칠판 위끝선은 동일하게 유지하고, 가구치수를 그만큼 줄여 변경 시공했다. 따라서 바닥부터 칠판 높이가 계획보다 120mm 줄게 되었다. 높이도 120mm 내려오게 되었다.
 - 칠판은 우선 교사가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평소 쓰던 감에 맞춰주는 것이 좋다. 설치 높이와 분필턱 확보. 두가지가 중요하다. 액세스플로어 시공처럼 바닥 기준높이가 예상보다 올라온다면 그만큼 칠판도 올려서 설치해야 맞다. 도면에 분필턱이 누락되었더라도 분필턱은 꼭 필요하다. 실시설계에서 빠뜨렸다면 목공사/마감공사 단계에서 약간의 서비스를 감수하는 것이 더 큰 손해를 막는 길이다.
 
4) 가구의 치수 결정하기
- 가구치수 변경시에는 휴먼스케일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실수가 없다. 별생각 없이 만들었다간 망한다.
- 도면과는 다르게, 기존 실과 유사한 형태로 PC검색용 테이블 제작을 하게 되었다. 책상높이는 도면 치수가 720mm 였다. 그대로 유지했다. 상판두께를 70mm로 해서. 상판 하부에 두께 80mm짜리 키보드 트레이도 달아서.
- 그런데 어랏. 의자놓고 앉아보니 자칫 무릎이 걸리게 보인다. 아차차. 도면에는 책상 상판 두께가 25mm였다. 즉, 도면대로 만들었다면 책상 하부 높이는 720-25-80=615가 나온다. 그런데 상판 두께가 설계보다 45mm두꺼워졌으니 하부 높이는 570mm 밖에 안되는 것이다.
- 지금 앉아 있는 바닥부터 내 무릎 윗부분까지 높이가 거의 600mm가 나온다..
- 따라서, 책상 높이는 최소한 30mm이상 높였어야 했다. 즉 750mm로 맞추었어야 맞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키보드 트레이를 달아버리면 여유있는 치수는 아니다.  모니터의 높이는 눈높이보다 아래에 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책상을 마냥 높게 만들일도 아니다. 적정치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50mm가량 치수가 늘거나 줄여 아주 편리한 가구가 될 수 도 있고, 도저히 쓸 수 없는 가구가 될 수도 있다.
- 결론. 가구 설계시 내가 사용한다 생각하고 실측하고 설계하라. 휴먼스케일은 제1의 요소다.

5) 적절한 합판 사용
- 하중을 견뎌야 하는 위치, 틀어짐을 막아야 하는 장소, 습기에 취약한 장소에는 MDF대신 합판을 써야 한다.
- 이번 공사에서는 크게 4곳에 합판을썼다. 다음과 같다.
 1) 슬라이딩 칠판 하지판. 나왕각재+8T합판
 2) 슬라이딩 칠판 상부구조틀. 행거레일에 무거운 슬라이딩 문이 걸리고, 이를 지탱해주어야 하는 곳. 미송각재 + 8T 합판 2ply
 3) 로비 홍보판 하지판. 8T합판 1ply
  => 애초에는 벽체에 붙여서 시공하기로 했다가 벽면에서 50cm가량 앞에 세우는 것으로 변경. 이때는 2*4 각재로 벽체틀을 만든 앞 뒤면에 모두 합판을 붙여주었다. 틀어짐을 막기위해 문짝 앞뒤면에 합판을 붙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4) PC검색테이블 상판 아랫면 : 케이블트레이를 나사로 고정해야 하는 곳이었으므로.


3. 인테리어 필름시공 사고
- 조금 지루하고 피곤하게 오래 진행된 목공사가 끝나고 나니 긴장이 풀렸던 모양이다. 작업지시서를 내가 충분히 숙지하지 않고 그냥 구두로 작업지시를 해버렸다. 3층은 오렌지색, 4층은 나무색 필름으로 몽땅 붙여주세요! 그리고 사고가 났다.
- 3층 PC테이블과 A실 좌우 수평알판은 나무색 필름을 붙여야 하는 곳이었는데 체크하지 않았다. 결국, 좌우 수평알판은 덧시공을 했다. 약 7제곱미터가 더들어갔다. 7*2만 = 14만원 날렸다. 아차하면 돈이 날아간다.


4. SGP칸막이 공사 재작업

1) 벽체 틀어짐
- 칸막이는 관급자재 공사였고 우리는 해당부위 천정텍스+천정틀 철거 후 보수작업을 담당했다.
- 칸막이 공사종료 후 천정작업을 하려고 보니 벽체선이 틀어지게 시공되어 있었다. 8m길이 벽체 끝 위치가 75mm차이가 나게 되어있었는데, 75판넬 설치 위치를 먹선을 칠때 시공자가 착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 짐작하건데, 작업자들은 틀어져있었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천정 텍스 철거한 라인이 평행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모를리 없었기 때문이다.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하며 그냥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시간은 돈이기 때문이다.
- 결국, 이 작업반은 벽을 뜯고 재시공하고 말았다. 또다시 확인한 교훈, 공사단계에서 감리자가 가장 정신 바짝차리고 현장 작업에 개입해야 할 때는 먹선을 띄울 때다!!

2) 천정속 마감판 고정위치 문제
-텍스위 천정속으로 판넬이 70CM가량 들어가 있다. 방음때문에 하는 시공이므로 천정속 부위도 흡음재를 넣은 후 철판을 앞뒤로 붙여준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철판 아랫선이 정확하게 천정라인보다 30MM 높게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갈매기몰딩이 15MM씩 꺾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밑으로 마감판이 붙게 되면 몰딩을 붙일 수가 없다. 이보다 훨씬 높게 마감판이 붙을 경우엔 방음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 이 작업반은 하부라인을 맞추지 않고 - 먹선도 튀기지 않고 - 그냥 작업을 했다. 지적을 했더니 '천정 작업자가 튀어나온 판은 그라인더로 잘라가면서 작업하면 되지 않냐' 한다. 결국, 벽체 뜯으면서 이 부분도 다시 작업을 시켰다.

-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작업에 대해 나도 숙지하지 못한채 내 책임으로 일을 시켰다면 어쩔뻔 했을까. 등골이 서늘해졌다.


5. 로비 홍보판 실사 시트작업 문제
- 진행과정부터 작업완료까지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다. 실사작업은 단순해보이지만 그 장소에 가장 적확한 시공방법인지, 시공면적의 넓이는 어느정도인지, 춥거나 더운 곳은 아닌지에 따라 적지 않은 변수가 있다.

1) 시안 확정 과정
- 기능성보다는 인테리어의 요소가 강한 작업일수록 의사결정을 누가하는지가 중요하다. 학교측 실무책임자와 협의한 끝에 시안을 결정했다가 막판에 교장이 뒤집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처음부터 "교장선생님께도 보여드려야 하지 안을까요?" 했어야 할 문제였다.

2) 사전작업의 난이도
- 작업의 편의성을 높이고, 매끈하고 흠집없는 부착면을 확보하기 위해 포맥스판을 먼저 붙인다. 시공면적이 작고, 포맥스판을 미리 재단해서 붙이는 작업만 해본 경험으로 '뭐 그리 어려운 일일까'생각했던 게 오산이었다.
- 인테리어 필름 시공도 전처리 작업 (퍼티 먹임 / 샌딩 / 프라이머 도포) 시간이 본 작업에 못지 않게 많이 들어가는 것과 꼭 같았다. 그래픽시트야 롤로 출력한 후 좌우를 맞추어 붙인 다음 여백은 칼로 절단하면 되지만, 정해진 규격으로 공급되는 포맥스판은 일일히 자로 재고 칼로 자른 후 고르게 본드를 도포해야 하고, 이음매가 없도록 타카핀을 박고 테이핑을 하는 일까지 필요하다.
- 난방이 되지 않는 추운 곳이라 그랬는지 이번엔 심지어 포맥스판이 들떠 재시공까지 하게 되었다. 원인은? 아마도 시트가 줄어들며 밀착된 포맥스판을 당긴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3) 상하/좌우 맞춤의 어려움.
- 높이 2575mm, 좌우길이 7110mm 되는 초대형 그래픽시트. 끝선 안쪽 15mm정도 위치에 직사각형 테두리까지 있는 놈이었다.
- 6폭을 붙여야 하므로, 처음 한두폭에서 상/하/좌/우 여백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붙이지 못했을 경우 마지막 장에서는 수평이 안맞거나 여백차이 균형이 어긋날 위험이 높은 작업이었다. 시공자의 숙련도 덕택에 이 문제는 해결했지만, 고비는 또 있었다.

4) 몬드리안 구성, 너무 위험하다
- 시트 폭은 120cm. 따라서 시트 좌우 경계가 실제 그림과는 관계 없이 나온다. 이렇게 많은 양을 출력할 경우에는 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데, 색상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 따라서 최소한 색상차이가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실제 시트의 폭 길이에 맞추어 원본을 만드는게 하나의 방법이 되겠다.

소결 : 가까이서 볼 이유가 없는 외부 대형 실사 시트가 아니라면, 내부 벽면 전체를 실사로 도배하는 건 아주 위험한 시도다. 특히 층고가 높고 벽이 길다면 더더욱. 가능한 이런 설계는 회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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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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