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책이다. 전에 읽었던 <숲 생태학 강의>가 지루하고 너무 전문적이어서 그의 진가를 잠시 잊고 있었다.
차윤정은 아마도 우리 숲과 나무의 생명가치에 대한, 한국이 보유한 최고의 스토리텔러일 것이다.
나무의 일생을 뒤좇아보면, 놀랍도록 신비하고 절묘한 생장전략과 치열한 투쟁속에서 선택한 진화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제주에 있을 때 감귤이 한해걸러 해걸이를 하는 것을 보며 흥미롭게 느꼈다. 그런데 해결이는 모든 나무가 다 보이는 현상이란다. 그만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내는 일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자신의 후손을 남기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나무들은 그의 몸을 뜯어먹는 곤충들과 포식자들의 양을 고려해 여분의 잎과 여분의 열매를 만들어낸다는 점도 그렇다.

(젠장, <숲 생태학 강의> 제목을 검색하느라 포털 검색란에 그의 이름을 넣어보았다가 4대강 홍보실장을 최근에 맡게 된 것을 알았다. 이렇게 흘러가는 것일까. 공선옥은 조선일보에 무릎 꿇고, 모든 장애물을 모든 수단을 다해 뛰어넘는 그의 책 속의 씨앗 주인공들마냥, 차윤정마저? 주말 아침부터 입맛이 쓰다)

고산지역은 낮은 기압으로 서식하는 곤충의 수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고산에 피는 꽃들은 곤충에게 효과적으로 잘 보이기 위해 유난히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다. 고산의 야생화는 그 화려한 모양에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혹독한 시련에 맞서 찬란하게 피어오르기에 더욱 매력적인 것이다. (p100)

나무는 행여 다른 나무들이 저버린 빛이라도 생산에 이용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엽록소 이외에 노란색을 나타내는 색소를 만들었으며, 빛의 일부를 차단하여 엽록소가 과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보조색소들을 만들었다. 기온이 떨어지며 엽록소가 먼저 파괴되고 남은 색소들이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단풍이다. 자연에서 꽁짜란 없다. 존재에 대한 마지막 보상이나 되듯, 이들 색소들은 잎이 마지막 가는 길에 무대로 올라와 잠시 주연 노릇을 한다. 사람들은 조연이었던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에 큰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여 온갖 소란을 피운다. (p132)

(꽃을 피우는 것이)너무 힘들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몸속에 저장되었던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 꽃을 피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나무는 깨달을 수 있다. 이제 겨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힘이 들 줄이야. 이제까지 살아온 내력이 모두 한가지를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든다. 그 역시 어미로부터 그렇게 생겨난 것이라는 것을. 그의 어미는 힘들다고 해서 자식의 몸에 넣을 양식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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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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