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대안 협동조합운동>
<The international co-opreative movement>이 원서의 제목이다. 국제 협동조합운동이 되겠다. 역자 내지는 편집자는 '국제'를 빼는 대신 '21세기의 대안'을 붙였다. 괜찮은 감각이다. 그런데 이 책은 학술서다. 지루했다. 포기했다.
비록 1장 '협동조합운동의 기원'밖에 읽고 손을 놓긴 했지만 소득은 있었다.

오늘날 유럽에서 사회적경제가 탄탄한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눈여겨 볼 것은 덴마크의 사례인데, 세계적인 낙농국가로 발돋움을 하게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협동조합 발달의 역사가 함께 있었다.
영국 자본주의 초기 그 유명한 인클로저 운동의 결과 농민들이 쫓겨난 농지와 초지는 소수의 농업자본가에게 집중되었다. 덴마크는 이와다른 경로를 따르는데, 18세기에 있었던 농노해방 이후 많은 자유토지 보유 소농계급이 형성되었단다. 소농계급이 절멸된 영국, 농노해방이후 대금 부담으로 대지주에게 집중되었던 독일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덴마크의 소농들은 소규모의 불이익을 상쇄하기 위해 뭉치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바로 '농협'의 탄생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농협!!
당시 덴마크의 사회적 조건도 눈여겨봐야 한다. 균질적인 국민 생활수준, 동일한 종교, 마을 기반 공동체와 평등주의 전통의 존재 등을 갖췄던 덴마크에선 1814년에 의무교육의 시행되었고, 1849년에 남성선거권이 확립되었다. 우리나라보다 꼭 100년 앞섰다!
소규모 농업경영자의 정당이 정권을 장악하기도 했다.
이로써 덴마크에선 1900년까지 1천개의 낙농협동조합이 설립되어 덴마크 우유 생산의 80%를 차지했고, 1913년에 베이컨생산협동조합이 41개가 되어 전체 85%를 점유했다. 1차 세계대전 시기 전 농가 반수이상이 소협 조합원이 되었고, 전 가축두수의 86%가 낙농협동조합에 소속되었다. 덴마크는 사실상 '농업경영자의 협동조합공화국'이 되었던 것이다.

영국에서 출발한 소비자협동조합, 독일에서 뿌리내린 신용협동조합,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최초의 형태를 보여준 노동자협동조합. 나아가 주택(건축)협동조합과 국가의료보장시스템이 형성되기 전부터 자조적으로 시작했던 보건협동조합까지. 이미 자본주의의 발흥기인 19세기 중반에 시작된 협동조합운동의 흐름은 1차 대전 전에 유럽경제의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보노보 혁명-제4섹터, 사회적기업의 아름다운 반란>, 유병선 저
원저가 훌륭해도 번역서라서 독해가 어려운 텍스트가 있는 반면, 저자가 해당분야에 정통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국내서가 드문 분야라면 빼어난 취재와 기획으로 핵심을 잘 포착하고 적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성공하는 텍스트도 있다. 이 책 <보노보 혁명>은 단연 후자에 속한다.
주로 미국 사례 중심으로, 그것도 '운동'으로서의 사회적기업이라기보다는 유능한 '혁신가'에 포커스를 맞춘 사례가 2/3나 되는 책이라 앞부분을 볼 땐 좀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지은이는 책 말미에 사례들을 종합분석하고서, 우리에게 사회적기업 - 제4섹터가 갖는 의미를 조명하고 방향성을 모색하는데 까지 나아간다. 중요한 성과다.

* 사회적기업의 개념
저자 - '사회적 소명과 기업의 영리활동을 접목한 다양하고 자발적인 시민활동'. '혁신을 위한 경쟁', '다양성'이 핵심.
OECD - '기업적 전략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되 공익을 추구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경제적/사회적 목적을 이루고자 하며, 사회적 소외와 실업문제에 대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모든 민간 활동'
EMES(EU 사회적기업연구기관) - '자율적 의사 결정과 지배 구조를 갖추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으며, 사업의 리스크를 동반하는 조직'
한국정부 - '취약 계층에게 사회적 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를 생산, 판매하는 등의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 사회적기업가의 정의
사회적기업가를 발굴 양성하는데 독보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는 미국의 아쇼카 재단 창립자 빌 드레이튼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 사회적 기업가는 생선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으로도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기잡이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꿀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사회적기업가가 아니다. 사회적 기업가가 운영하는 조직이 사회적 기업이다.
- 사회적 기업가는 사회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들에 대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지닌 개인들이다.

[로저 마틴 교수] 불편하지만 견고한 기존의 사회적 균형을 깨뜨리고, 보다 공정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내는 인물.
(따라서,)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단순히 복지기능을 대신하는 공공 서비스 하청단체 (PSC)나 사회운동가는 사회적기업가의 범주에 넣을 수 없다. 그들은 기존의 균형에 도전하지만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 사회적기업가의 특성
1) 사회적 빈틈을 참지 못한다.
빈부격차 문제에 대해 학자들은 연구에 뛰어들고, 사회운동가는 부딪혀 싸우는 길을 택한다. 사회적 기업가는 현실적 접근과 구체적인 해법을 찾으려 한다. 사회적 기업가들은 정부, 기업, 시민단체가 어쩌지 못하는 세상의 빈틈에서 현실적인 혁신의 가능성을 찾아낸다.
2) 낯익은 문제에 참신한 해법을 제시한다.
3) 돈과 시장에 대해 가치중립적이다.
의도와 결과를 다 함께 중시한다. 돈은 악마의 금전일 수도 있으나, 가난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는 해방의 수단이라고도 생각한다.
4) 시장안에서 새로운 균형을 추구한다.

* 사회적기업가의 조건 (빌 드레이튼)
1) 창조성
2) 기업가적 자질 : 아무리 창조적이고 이타적이며 열정적인 사람이라 해도 그 중 기업가적 자질을 갖춘 인재는 0.1%로 안된다. 기업가적자질은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추구해온 인물들에게서 나타난다.
  -평가기준 i)아이디어가 얼마나 오래 체화되었나  ii)기업을 운영해나가며 '어떻게'라는 질문을 얼마나 잘 헤쳐나갈 수 있는가   
   iii)'현실주의적'인가. 
3) 아이디어의 사회적 영향력
4) 도덕적 품성


책을 보며 박원순씨가 많이 떠올랐다. 그가 미국에 있는 동안 수천페이지를 복사하느라 부인을 기절하게까지 하면서 사례를 모으려 애썼던 것들이 이거였던가, 싶었고.
사회적기업을 대하는 왜곡된 경향에 대해서도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일자리 예산-3년짜리'로 간주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고, 제3섹터의 재정사업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으며, '장년의 활동가의 생계'에 포커스를 맞추는 관점도 있는것 같다.
기업의 원리를 활용하여, 사회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들에 대해 10년, 20년을 걸고 싸움으로써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이 있는지, 그 열정 말고도 기업가적 자질과 준비가 내게 되어 있는지, 진지하게 자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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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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