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즉 제목은 알았을터이나 독서일기 권수가 늘어가는 것을 심드렁하게 보고 있었다. 윤미화의 <깐깐한 독서일기>를 읽고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에 장정일이, 가장 영향을 주었던 책으로 독서일기를 꼽은 것을 보고 대출 신청을 해서 읽다.
최근 여러편의 독서안내서를 읽은 뒤끝이라 그런가, '파란여우'가 종횡무진 펼쳐내는 독서 여행의 롤러코스터가 너무 신나서 그랬던 건가 사실 이 책의 독후감상은 <깐깐한..>만 못했다.
독서일기 앞 편 대신 바로 7편을 골랐던 것은, 내가 깊은 인상을 받았던 <공부>를 낸 다음에 묶인 책이라서였다. 혹연 중복이 있을가 싶었던 건데 기우였다.

소득 :
그가 오랫만에 쓴 소설 <구월의 이틀>을 읽고서 장정일이 뉴라이트 이데올로그로 혹시 돌아선건, '맛이간'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독서일기에 나타난 그의 지적/사상적 발달궤적을 보면 그런것 같진 않다. 다른 이들이 리얼리즘(의 외피)-민족문학, 노동문학에 심취했던 80년대에서 부터 독야청정, 모더니즘의 한 길을 고수했던 그, 2000년대 들어 세상이 '이상해지고 있는' 것을 작가의 예민한 감수성으로 감지하고 그 만의 인문학적 해결책을 찾아 대응한 성과물이 <공부>였단다.
과연, 공부란 대학 강단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 방식의 책 읽기가 충분하고 온전한 공부가 될 수 있음을, 그의 책으로부터 확신을 얻는다.

독후메모 - 읽어볼 만한 책들 제목만 대충..
《우리 대중음악의 큰 별들》 임진모 (한대수가 밥딜런을 두고서) "처음에는 좋아했어요. 하지만 나중엔 속은 기분이 들었어요. 유태인이라는 점을 감춘게 진실성이 없어 싫었고. 가난한 듯 바깥 이미지는 알려져있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거부이고요. (존 레논은) 죽기 전까지 모든 실험과 도전을 계속했잖아요. 어떤 예술 행위든 지루함을 준다면 죄라고 봅니다. 제자리 걸음은 안돼요. 음악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영역이므로 더욱 실험과 도전이 필요합니다. 존 레논은 음악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런 인물이었죠. 아티스트라면 항상 새롭게 문을 열어야지요."

《우주로부터의 귀환》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2002
 - 우주 비행의 기술적 측면보다 우주를 처음 대면한 인간의 내적 체험을 추적하기 위한 기획, 흥미로운 점. 우주 비행사들은 내적 체험을 풍부하게 표현할 언어표현 기술이 대부분 약했다. 인문학적 소양의 빈곤. 공통적으로. 과학기술문명시대의 교양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책.으로 읽힐 수 있겠다.

《다니》(김용규,김성규 공저, 지안, 2005)
 - 제노사이드를 다룬 한국인의 소설. 그가 오랫만에 '필'을 느낀 소설.

《축구장을 보호하라》(정윤수, 사회평론, 2002)
 - 사회평론사에서 나온 축구에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책. 축구를 애국주의와 민족주의에서 보호하라!

《가네코 후미코》(아마다 쇼지, 산처럼, 2003)
 - 아나키스트 박열의 연인. 박열은 끝내 사회진화론의 함정을 넘어서지 못함으로써, 민족주의자일수 밖에 없었고 끝내 허무주의자로 남고 말았다. 박열은 사형선고를 받고서 전향했지만 후미코는 자살을 택했다. 그래서 였을까?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잭 웨더포드, 사계절, 2005)
- 징기스칸과 원제국이 동서문명교류사에 끼친 막대한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사상의 자유의 역사》(박홍규 역, 존 베리 저, 바오출판사, 2005)
 - 다신교를 믿고 모든 종교에 대해 관대했던 로마 시대에 기독교가 탄압을 받았던 것은 그 고유의 배타성이 가진 위험 때문이었다! 그 이후 서구의 사상의 자유의 역사는 기독교의 절대성에 대한 투쟁의 역사였으니..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샘터사, 2005
 - 서지부문 알라딘 독자투표 2위. 문학에 빠진 장애인 영문학자 장영희의 저서.

《도덕교육의 파시즘》, 김상봉, 길, 2005

《황제들의 중국사》, 사식, 돌베개, 2005 - 근래 중국 역사에 관한 대중서가운데 최고로 평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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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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