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이란주의 첫 글 모음 <말해요, 찬드라>를 사서 병임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그는 책을 읽은 직후 가슴 저미는 독서록을 쓰기까지 했으나, 사실 그 때 나는 그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 보냈다.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 검색 사이트를 뒤지거나 할 때 이름만으로 묵직한 무게감이 드는 필자들이 있다. 이란주가 그 목록에 포함된 건, 그 때 즈음부터일거다.

<말해요, 찬드라>가 나왔던 시절보다 이주노동자, 이주민의 문제는 우리의 일상으로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다. 책을 읽으며, 경험의 양을 늘려가며 나름대로 정리되어가는 생각의 방향 하나는. 이 시대에 '진보'를 말하려하는자, 이 문제를 결코 회피할 수 없을 거라는 점이다.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우선 민족주의 문제를 정통으로 건드린다.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한다는 가치를 과연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지를 묻는다. 차이의 인정과 존중은 줄기차게 단일성을 추구해왔던 이 땅 진보주의자들에게도 익숙치 않은 숙제가 아닌가.  
무엇보다 남한내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지위와 그들에게 여전히 가해지는 고통의 극악함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참으로 보고듣고만 있기 고통스러운 숙제다.  

두번째 글모음, <아빠 제발 잡히지마>를 읽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의 한 구성원이 된지도 10년이 훌쩍 넘어가는데 여전히 병들고 다쳐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가족과의 생이별을 강요당하며 생활한다. 불안하기만 한 부모의 지위는 아이들의 미래를 앗아가며, 지금까지도 닥쳐오는 단속때마다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이스라르씨와 박영금 선생, 이상재 팀장의 선한 눈빛을 떠올리며 읽었다.
엥헤씨와 이수연씨의 진심을 생각하며 읽었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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