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아버지에 이어 병세가 세상을 뜨고, 기가막혀 손에 잡은 책이다.
쉽게 쓰여진 글이나 잘 읽혀지지 않았다.
논문투 글읽기에 익숙해져 그런가, 지나치게 자상한 저자의 설명이 시종일관 거슬리다 결국 끝맺음을 못하고
대출기한에 걸려 도서관에 반납하고 말았다.
한국인의 죽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연구서가 전혀 없다는 현실을 개탄하고, 역사와 전통 신앙속에서 '한국인의 죽음학'이라 할만한 이론을 도출해내려는 저자의 시도가 대단히 흥미로웠다. 저자가 소개한 에피소드를 보면 왜 그런 이론이 우리에게 절실한지 동감을 아니 할 수 없다.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 수녀님들이 그를 찾아 '죽음을 대하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심성을 알지않고서는 호스피스 병원이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없겠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지난 새봄, 온갖 기계장치에 마지막 숨을 맡겨놓고 개신교도들의 기도와 원불교도들이 기도에 정신없었을 아버지를 그저 하릴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중환자실에서 병원에 딸려 있는 영안실-화장장-납골당으로 일사천리 세팅된 장례절차를 치러내며, 태어남은 물론 죽음마저도 인스턴트가 되어버렸다는 느낌이 영 씁쓸했다.
그런 느낌의 뒤끝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탓에, 더 공감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다만, 국문학자 출신의 연구서답게 문학속에서 죽음을 대하는 태도의 전형을 찾아내는 접근방식은 썩 마음에 와닿지 않은 점이다. 죽음에 대한 어찌할 수 없는 공포와 무력함의 실체에 좀더 다가가고 싶었지만 이 책의 몫은 아니었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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