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비슷한 류의 책을 몇 권 사거나 빌어 보았다.
장정일의 '공부', 한겨레 고명섭 기자의 '지식의 발견' 을 사서 제주에 가지고 내려갔고, 이정우 교수의 '탐독'은 도서관에서 빌린 경우다.
저자의 독서편력기라서, 가장 부담이 없이 읽을 수 있었던 탐독은 금새 읽어치웠으나, 가장 머리아플 것 같아 미루었던 지식의 발견은 거의 손을 못대고 있다.
장정일의 공부, 지난주에 끝냈다.
킥킥거리며 읽은 대목, 정치에 대한 작가의 견해, 민주노동당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과정들을 풀어쓴 부분은 의외였다.
장정일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한번도 없었으면서, 막연하게 좀 삐딱한 비주류 지식인이라 치부하고 있었던 편견이 있었다. 은근히 내 속에 그의 짧은 가방끈을 우습게 여기는 못된 생각의 찌꺼기가 숨어 있었던가?
범위를 한정짓지 않고 종횡무진하나, 방향성을 잡으면 성실하게 관련 분야의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자기의 독립적인 견해를 만들어가는 장정일 작가의 성실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의 자극으로, 나도 '공부'해야하겠다고 밑줄친 몇 권의 책과 주제, 메모.
권인숙 『대한민국은 군대다』(청년사,2005) : 군대문제는 곧 사회문제
마르크블로흐 : 미시역사 연구가 (뤼시엥페브르 참고)
『역사를 위한 변명』(한길사,1990)
『이상한 패배 : 1940년의 증언』(까치,2002)
-2차 대전초, 프랑스 패전의 원인에 대한 가장 심도 있는 분석글로 정평.
고미숙『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 민족,섹슈얼리티,병리학』(책세상,2001)
임마뉘엘 토드 『제국의 몰락』(까치,2003) - 복잡한 국제정세를 여러 학제를 통합하는 능력 돋보여. 미국의 몰락 분석을 위해 역사, 인구학, 경제, 군사, 인류학까지 망라. 유럽 지성의 방대한 직업적 훈련을 보여주는 증거물.
이어볼만한 책
모리스 버만 『미국문화의 몰락』(황금가지,2002)
"핵전쟁보다는 기업주도의 소비 문화야 말로 현대 문화 해체를 불러오는 요인"
"민주주의란 더도 덜도 아닌, 책을 읽는 능력!" - 책을 읽는 능력의 저하는 민주주의가 태어나고 자란 요람을 파괴하는 일. 문자 해독률과 민주주의 의식은 비례.
데틀레프 포이케르트『나치시대의 일상사』(개마고원,2003)
"나치의 멸절 정책은 중세적 야만성에서 비롯한 게 아니라 '신체로서의 사회'를 '과학적'으로 재편하고 개선하려는 근대성 기획이 광폭하게 현실화한 것"
-> 이어볼 책
윤해동 『식민지의 회색지대』(역사비평사,2003)
박찬국 『하이데거와 나치즘』(문예출판사,2001)
랄프쇤만 『잔인한 이스라엘』(미세기,2003)
-헐리우드가 만든 한국의 이스라엘 신화 깨기.
주겸지『중국이 만든 유럽의 근대』(청계,2003)
"르네상스는 고대 희랍 로마의 세계관을 정신적 기초로 삼는 동시에 중국의 주요 발명을 수용하여 그 물질적 기초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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