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읽은 김중미의 <거대한 뿌리>를 올해 제목을 달리해 다시 펴낸 책이다. 주책에서 함께 읽기로 해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김중미 선생과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그가 이끌어 온 기찻길옆 공부방과 인연을 맺은게 어언 20년이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 전, 동네신문 <만석신문>을 만들어 내던 김중미 선생의 후배들을 만난게 시작이었다. 조금씩 깊이 사귀게 되면서 알고 이해하게 된 '기찻길옆 공동체' 사람들의 삶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죽 내게 커다란 울림이었고, 그들이 지키려 애쓰는 가치들은 내 양심의 거울이 되어주고 있다. 그 공동체에 첫 주춧돌을 쌓은 이로 기억되었다. 내게 김중미 작가는.

철이 나기 전에는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다양한 노력에 순번을 매겼다. 혁명운동이 당연히 1번이었으므로고 나는 1번을 하며 살고 싶었다. 농민운동, 노동운동, 문예운동, 풀뿌리언론운동도 중요하니 공부방 활동으로 대표되는 빈면지역운동은 한 6번이나 7번쯤 되었으리라. 김중미 작가의 후배들의 사는 모습을 보니 내 생각이 얼마나 그릇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렇게 순번을 매길 수 없었다. 그들은 전부의 삶을 살고 있었고 완전해보였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그 삶을 그려낸 '수기'인줄 알았다.

우연한 기회에 김중미 작가의 강연을 들었다. <꽃은 많을수록 좋다>를 출간한 때 열렸던지라 오롯이 기찻길옆 공동체의 역사, 본인이 걸어온 길에 강연 내용이 모두 할애되었다. 그 때 처음 알았다. 김중미 선생은 어려서부터 작가의 꿈을 꾸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제대로 된 꿈이라면, 승리를 전취하는 게임을 벌이듯 한 순간 달성하고 마는 대상이 아니라 꿈 자체가 살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걸 생각했다. 김중미 작가가 그래서 더 대단해보이고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거대한 뿌리/나의 동두천>는 왜 김중미 작가가 만석동에 뿌리내릴 수 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으로 읽혔다. 낮고 작은 사람들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과 연민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김중미와 그 후배들이 아이들에게 가난과 소외를 벗어나는 '대안'을 가져다주기보다는, 낮고 작은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속에서 평화와 행복이 비롯되는 것임을 서로 가르치고 배워가며 함께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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