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날개에 있는 저자소개부터 인상적이다.


고이데 히로아키.

1949년 도쿄 출생.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꿈꾸며 1968년에 도호쿠 대학 공학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 그러나 그 위험성을 깨달아 원전으로 인한 방사선 피해를 입은 주민 측에서서 평생 활동해왔다.


후쿠시마 1주년이 지난 오늘. 일본의 바로 옆에 있는 나라이면서도, 핵 참사에 대한 무감각에 빠져 지내고 있는 보통의 한국사람이 읽으면 정말 좋을만한 책. 미덕이 많다.

중요한 기준인데, 중학생 정도의 과학상식이 있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게 원자력 발전의 원리부터 쉽게 풀어썼다. 재미도 있다. 자신의 지식에 정통한 전문가의 내공일 것이다. 상욱이도 하루만에 다 읽을 정도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후의 이야기들을 아주 현장감있게 들려준다. 방사능에 피폭된 원전 노동자가 어떤 끔찍한 과정을 거쳐가며 죽음에 이르는지, 무시무시하게 처참한 사실을 아주 건조한 문체로 풀어간다.

원자력의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일관되게 원전발전의 내생적인 차별적 성격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랑 비슷한데, 원전을 수주하는 것은 일본 최고의 대기업이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되어 일을 하는 노동자는 줄줄이 이어진 하청구조의 맨 끄트머리 빈곤층 노동자라는 사실. 이건 현재 시점에서 계층간의 차별에 해당한다.

왜 하필 후쿠시마였나, 하는 문제는 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입지가 되었는지, 부터 따져봐야 할 터인데, 후쿠시마는 2차대전 이후에 토지개혁을 통해 자기땅을 갖게된 농민들로 새로 탄생한 지역이다. 즉, 인구가 적고 토착주민세력이 없어 저항이 적었다. 죽어라고 일해 농업을 제대로 일으켰고, 이제야 살아볼만했던 정직한 농민들이 사는 농촌지역이었다. 철저한 지역차별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세대간의 불평등을 전제하는 에너지원이라는 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통념과 진실을 적확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알려준다.


memo


*체르노빌사건

- 사고가 난 체르노빌 4호기는 겨우 2년 가동한 기종. 그동안 히로시마 원자폭탄 2600발 분의 방사능 배출. 그 중 환경으로 나온 것이 800발 분.

- 사고 직후 반경 30km내 13만 5천명 주민 대피함. 300km떨어진 곳에서도 심한 오염 발견되어 추가 20만명 강제 피난. 폐허가 된 시골마을도 1,000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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