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책도 있구나. '알루미늄의 역사'라는 주제만으로 삼백페이지를 넘겼다. 저자는 독일 사람. 이런 책을 기획할 수 있어서 선진국이겠지. 독일 아우구스부르크 대학 환경과학연구소와 와콤 출판사가 함께 기획한 시리즈의 첫 권이란다. 시리즈로 계속 낸단다. 대단하다.

알루미늄이라는 흥미로운 금속을 문화, 정치, 경제, 생태적인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한 책이다.
알루미늄은 우선 물질 자체는 지구상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지만 순수알루미늄으로 정제하기는 아주 까다로운 특성을 가졌다. 고열로 비교적 쉽게 정제할 수 있는 구리나 철과는 다르게, 알루미늄은 오직 전기분해라는 까다로운 기술로만 추출이 가능했고, 그것은 지금도 그러하다. 따라서 알루미늄의 탄생은 근대과학, 특히 화학공학의 발전이 전제가 되어 가능했다. 이 책, 알루미늄의 산업생산에 이르는 과정을 아주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근대 화학공업의 흥미진진한 역사서의 면모다.

19세기 화학자들이 이 금속에 이토록 주목했던 이유는? 알루미늄이라는 재료가 가진 특장점때문이었다. 원소기호 13번의 알루미늄은 아주 가볍다. 공기와 접촉하자마자 엷은 막을 형성하여 녹이슬지 않으며, 아름다운 은색 외관을 가지고 있다. 중량을 줄일 수록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계부속, 특히 항공기나 무기의 부품으로는 최상이었다. 건축자재와 식기로도 점차 이용이 확대되었다. 자연스러운 결과로, 산업적인 생산이 개시되자마자 알루미늄의 이러한 장점을 알아보고 최대의 고객이 된 집단은 자동차회사와 무기제조사들이었다. 그 선두에 섰던 나라는 미국과 독일이었으며, 훗날 나찌는 알루미늄을 독자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 2차 대전당시 알루미늄 합금(두랄루민)을 원료로 엄청난 숫자의 전투기를 생산한 나라가 바로 미국과 독일이었으니.

전쟁의 종료는 알루미늄 제조기업에게는 우울한 사건이었다. 활로를 찾아야했다. 무기제조가 아닌 일상 소비생활에서. 이미 20세기초반부터 첫선을 보였던 알루미늄 캔 맥주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한 응답이었으니, 전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엄청난 양의 캔음료를 생산하고 소비함으로써 알루미늄 산업의 제2의 부흥기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아주 값비싼 물질이라는 깨달음이다. 1960년대, 흥청망청대던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의 활력을 사그라들 즈음에 환경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한 소비자들은 깨닫게 된다.
원료인 보오크사이트를 산화알루미늄(알루미나)로 바꾸고, 여기서 다시 알루미늄을 추출하는데에는 막대한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 19세기말 이 방법을 처음 고안했을 때도 그랬고, 효율은 다소 개선되었더라도 지금도 마찬가지 방식으로만 생산이 가능하다. 즉, 이 금속은 생산원가가 아주 비싼 금속이다. 70년대부터 본격화되는 환경운동의 태동기에 알루미늄캔은 자원낭비를 줄이기 위해 척결해야 할 일회용품 소비의 상징, 최고의 주적으로 지목된다.

환경의 측면에서 알루미늄이 문제가 되는 건 알루미늄 생산에 막대한 양의 전기에너지를 소비한다는 면에서 끝나지 않는다. 원광석의 채굴에서부터 가공단계, 최종 생산에 이르기까지, 알루미늄의 생산은 전 과정에 걸쳐 아주 심한 환경파괴를 불러온다. 100여년 전 처음으로 알루미늄을 생산한 나라는 당연히 유럽국가들-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였다. 현재 알루미늄의 주 생산국은 브라질과 호주를 비롯한 남반구 국가들이다. 원료와 저임노동력을 요구하며 환경피해를 수반하는 1차 산업은 남반구 국가로 밀어내고, 거기서 뽑아내는 이득만 북구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가 챙기는 방식은 석유나, 알루미늄이나 꼭 같은 방식이다.

브라질의 원시림은 숲대신 목장을 만들어 소고기를 만들어내려는 공장식 축산업자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거의 노천에서 파헤치다시피하는 보크사이트 원석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진입로와 공장설비 등을 위해 엄청난 면적의 숲이 파괴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숲의 파괴는 단순히 숲만의 파괴로 그치지 않는다. 오직 그 숲에 의존해 살아가며 세계의 다양성을 유지해왔던 온갖 종류의 생물종이 멸종된다. 오랜 역사와 독특한 문화를 유지 발전시켜온 수많은 소수민족의 해체된다. 세계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작고 다양한 아름다운 것들이 파괴된 후, 알루미늄 캔에 담긴 코카콜라로 상징되는 도시문명이 찾아온다.

소비, 역사, 산업, 생태 등을 열쇳말로 알루미늄의 세계에 대한 탐사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러 지은이가 꺼내든 화두는 '지속가능성'이다. 가히 '부자들의 재료'라 칭할만큼 값비싼 금속이지만 알루미늄은 잘만 사용한다면 참으로 탁월하고 유용한 자원임이 분명하기때문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규제도 필요하지만, 문제는 현명한 소비다. 생산단계에서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환경파괴를 수반하지만, 녹는점이 600도로 매우 낮아 쉽게 녹이고 성형할 수 있다는 이 금속의 특징은 또다른 장점으로 이어진다. 재활용하기에 아주 적합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재활용만 확실히 할 수 있다면, 여러 훌륭한 장점을 지닌 알루미늄 캔 음료를 마시는 행위에 대해 지나친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재활용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유럽이나 우리나라같은 경우 회수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물론, 고기를 구울 때 밑판으로 깔고나서 기름때와 함께 구겨 매립되는 알루미늄호일 사용은 분명 아주 잘못된 소비의 전형적인 사례다.
깔끔한 마무리로 책은 끝난다. 
몇가지 기술적인 정보와 통계수치들이 가치로와서 여기 다시 메모를 하며 곱씹어보니 저자의 관점은 너무 낙관적인 게 아닌가 싶다. 알루미늄을 소비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자체가 지속가능하려면, 좀더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한 단계로 이미 우리는 진입해 들어와버린게 아닐까? 우리나라는 알루미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가격이 급등하여 원자재 수급에 치명타를 입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며 꼭 필요한 곳에만 소중하게 쓰이도록 달라지게 될까.

새로 알게된 정보, 메모.

* 알루미늄(캔)의 장점
- 강철보다 약하다. 개봉부 상단을 만약 강철로 만들었다면 캔을 따는데 아주 힘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개봉부에 입술을 쉽게 베었을 것이다.
- 알루미늄은 강철보다 열전도율이 5배나 높다. 음료수를 차갑게 만드는 일이 훨씬 쉽다.
- 생산이 경제적이다. 옛날 황도복숭아를 담아 팔던 함석 캔은 윗판, 아랫판, 옆판 세장을 따로따로 만들어 붙였지만, 알루미늄 캔은 둥근 원판 한장으로 쉽게 성형한 다음 상부만 붙이면 된다.
- 병 음료에 비해 아주 가볍고 취급이 쉽다.
- 캔 맥주는 같은 양의 병맥주보다 64퍼센트나 매장면적을 덜 차지한다. 운송비용도 병맥주의 절반이하다.

- 강철보다 가볍다는 점은 제조단계에 투입되는 양을 고려하더라도 이용시 에너지소비와 결부되었을 때 아주 돋보이는 장점이된다. 예를 들어 지하철 객자 제조시 알루미늄 객차는 강철 객차보다 3년 운행으로 차 제조에 더 들어간 에너지만큼을 상쇄하고, 평균 이용 연한인 35년을 운행했을 경우 알루미늄 객차 10대를 더 만들 수 있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 알루미늄 생산의 특징
- 알루미늄 이온은 원자가전자 +3이다. 막대한 전기에너지가 필요한 이유다.
- 알루미늄 회사에서 전기에너지는 생산비의 30~40%를 차지한다.
- 알미늄 1톤을 생산하려면 전기에너지 13.5~15메가와트가 필요하다.


* 알루미늄 전기 분해의 화학식

2Al2O3 + 3C  =>  4Al + 3CO2

- 산화알루미늄 분자 3개와 탄소원자 3개가 반응해 알루미늄 원자 4개와 이산화탄소 분자 3개를 내놓는다. 즉 알루미늄 생산은 막대한 양의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점 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자체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는 점에서 지구온난화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 덧붙여 전기분해과정에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이산화유황, 불화수소, 불소탄화수소가 배출된다. 모두 기후변화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온실가스다.
- 알미늄 1톤 당 약 40kg의 독성불소가 들어있다. 1950년대까지 알루미늄 제련소에서는 이 독가스를 정화없이 배출했다. 인근식물들이 말라죽었고 뼈가 쉽게 부서지는 골격불소증같은 골 질환에 시달렸다. 공장근무 노동자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 선진국들은 배출가스 집지장치를 계속 개발해왔으나 중국과 구소련, 브라질 같은 오늘날 주 생산국들의 실정은 의심스럽다.

* 오늘날, 알루미늄의 전세계적 생산과 소비를 둘러싼 통계.
-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 광산의 90%가 적도지방의 열대지방이며 제조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도 전기료가 싼 남반구 국가들에 대부분 집중되어있다.
- 그러나 생산된 알루미늄의 80퍼센트는 북미와 유럽, 일본과 중국, 인도다.
(생산국 국민들이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정적 결과를 전적으로 책임지는데, 유복한 지역에사는 대기업과 소비자는 이 금속의 장점에서 혜택만 보고 있다.)
- 보크사이트는 산화알루미늄 60%를 함유하여 알루미늄원료로 유일하게 이용되는 퇴적암이다.
- 알루미늄은 산소와 규소 다음으로 3번째로 풍부한 자원으로 지구상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이 광석이 발견되나, 추출할 수 있는 곳은 지각의 약 8%에 불과하다.
- 경제성있는 매장량도 풍부하다. 보크사이트 210년, 이에 비해 금은 18년, 아연 24년, 구리 36년이다.
- 알루미늄은 제조과정에서 강철보다 4배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 알루미늄 생산의 환경오염문제 (브라질의 사례)
- 보크사이트가 적도 주변에 집중 매장된 이유는 기후와 연관이 있다. 고온다습하고 강수량이 많은 기후는 암석의 풍화작용을 촉진시켜 수용성 알칼리, 규산염, 마그네슘등을 빗물에 녹인 후 물에 녹지 않는 산화알루미늄과 산화철을 풍부하게 남겨놓는다.
- 산화알루미늄의 퇴적층은 그래서 지표면의 부식토층 바로 아래 위치하며 노천채굴방식이 경제적이다.
- 따라서 그 위에 있는 숲이건 농경지건 뭐든지 우선 걷어내는 방식으로 채굴이 이루어진다.
- 채굴과 운반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건설하며 경관이 변화된다. 서식지 파괴로 특정 생물종이 멸종된다.
- 알루미늄채굴광산에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20톤짜리 포크레인 삽이 사용된다. 이 포크레인은 디젤엔진으로 구동되며 막대한 양의 먼지와 질소, 이산화유황,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소음과 진동도 발생한다. 보크사이트 광석 세척은 강과 호수를 진흙투성이로 만들어 물고기의 개체수를 줄인다.
- 즉 보크사이트 채굴은 땅, 물, 공기를 모두 심하게 훼손한다.
- 철, 구리, 알미늄 광산 개발과 농업개발을 목적으로  브라질 아마존 우림은 지금까지 1/5이 사라졌다. 2050년까지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60퍼센트는 아마존 우림 파괴로 기인한다.
-제련에 필요한 전기에너지 확보를 위해 대규모 댐 건설이 필수적이다. 수질오염과 해충피해가 불가피하다. 어마어마한 열대 숲이 수몰되며 생물들이 썩으며 메탄같은 유독가스, 온실가스가 엄청나게 배출된다.

* 알미늄 생산과 빈곤
- 브라질이 생산하는 알미늄의 80%는 수출한다.
- 아마존 광산을 처음 채굴한 것은 캐나다 기업 알칸이며, 현재 알칸 외에 알코아, 노르스크 히드로 같은 다국적 기업 컨소시업이 브라질 광산의 주인이다. 브라질 정부도 지분을 일부가지고 있지만, 알미늄 생산으로 생겨나는 부의 다수는 해외로 빠져나간다.
- 광산 지역 원주민은 광산 개발에서 참여가 배제되어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도 소수다.
- 그런데 광산개발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건설비용의 80%는 브라질 정부가 부담한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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