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저, 창비, 2011

찬물의 추천으로 새책을 사서 읽었다. 고3이 되는 조카에게 선물할 책을 찾다, 맞춤하겠다 싶었다.
그 녀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인생이 너저분할수도 있다는 것을, 너저분한 삶이 처절하게 아름다움을 만들 수도 있는 것임을,
삶에서 예외란, 기적이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에도 희망을 걸만하다는 것을,
생각하며 읽었다.


<생태페다고지>, 우석훈 저, 개마고원, 2010

그가 기획하는 시리즈 '경제대장정'의 6권에 해당한다는 저자의 설명. 경제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교육문제를 걸고 넘어지지 않을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우석훈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이 책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그는 이념적인 순수성을 추구하는 태도와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 우리가 발딛고 있는 오늘의 이 비참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인식하고 바꿔내려면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하는 것인지를 끈질기게 파고드는 인파이터의 자세로 그는 글을 써 내려간다.
그가 이 책을 권하는 대상은 학교 교사들이다. 장 구분도 어린이집/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로 나누어져 있다.
각 장의 제목은 이렇다.

1. 그린섬(Green Thumb)을 아시나요?  (그린섬이란 미국 학교에서 요새 잘 나가는 초딩 - 텃밭에서 제가 직접 심고 가꾸는 농사를 아주 잘 해내서 주위의 칭찬과 존경을 받는 아이들을 부르는 호칭이다.그런 아이들이 킹카가 되는 서구 생태교육의 분위기라니!)

2.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세계 : 생태육아

3. 생태적 감수성 : 초등학생에게 필요한 것

4. 생태적 지혜 ; 중학생에게 필요한 것

5. 생태적 용기 :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것


<학교란 무엇인가>, EBS<학교란 무엇인가>제작팀 지음, 중앙북스, 2011

몇 달 전에 잠자리에 누워 우연히 영국의 썸머힐을 다루는 교육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뒤적거리다보니, 내가 본 다큐가 바로 <학교란 무엇인가>의 마지막 시리즈 부분이었다.
교육서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들의 반복이지만 풍부한 사례의 제시와 단순명쾌한 결론은 TV물이 원작인 책의 특징을 잘 살린 장점으로 돋보였다. 눈여겨 보았던 부분들.
-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 중요하며, 칭찬에 아이를 중독하게 만들면 오히려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경고
- 매일매일, 책을 부모의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읽어주는 일의 중요성
- 사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잠식하는 독약이 될 수 있다는 경고
- 0.1% 최상위의 우등생은 결국 남다른 0.1%의 부모의 교육의 결과, 그 핵심은 자식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공감하고 긍정하는 자세라는 점


<불온한 인문학>, 최진석 외 지음, 휴마니스트, 2011

불온한 인문학이라.. 유해숙 선배가 즐겨쓰는 용어와 바로 연결이 되었다. 인문학 공부의 근본 목적은 세상을 바꾸는 '위험한 시민'을 길러내는데 있다는 명제. 그런데 위 '위험한 시민'이라는 개념은 저 유명한 클레멘트 코스를 소개한 <희망의 인문학>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불온한 인문학은 또 뭐? 최진석 외 저자들은 우리사회에 인문학 바람을 불러일으킨 으뜸 공신이라 할 만한 수유+너머 연구자들인데, 이들은 요새 인문학 열풍에 대해 할말이 아주 많다.
인문학에 착목한 뜻은 의연히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인문학은 '개나 소나 다'하는 게 되더니, 급기야 자본축적의 위기를 돌파하는 핵심동력으로 칭송되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르려면 인문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반화되었다. 대기업 CEO를 위한 값비싼 인문학 강좌가 성황리에 팔리고 있는 세태가 그것이다.

저자들은 말한다. 어느새 인문학은 체제가 바라는 '체제가 기대하는 소양-창의성과 상상력-을 제공하는 데 충실함으로써 더이상 위험한 시민이 될 리 없는' 인문학과는 결사 항전을 벌여야 한다고.
체제를 뒤흔드는 위험하고 불온한 인문학이 우리가 설 자리라고.

연구자들의 내공에 따라 글의 난이도나 추상수준에 있어서 진폭은 크지만, 체제를 위한 얌전한 인문학이 아닌, 불온하고 전복적인 인문학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저자들은 던지는 문제제기의 치열성은 아주 감동적이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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