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3일

사람일지 2011. 7. 24. 05:26

20년전 여름 여느 토요일 오후처럼 철뚱 사람들 몇몇이 만났다. 주인공은 그, 미국에 1년간 다녀오게 되었단다.
철뚱은 이제, 어느덧 벽장 깊숙이 넣어 둔 뽀얗게 먼지 앉은 보석상자를 꺼내보는 느낌이다.
더 없이 소중하다.
허나 그 소중함은 추억의 대상으로 머무를때까지, 인지도 모르겠다.

자리가 끝나기 조금 전에 먼저 나왔다. 헌데, 으레 주고받는 인사치레를 회피했으므로 '저놈 뭔가 기분나빴나?" 하는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뭔가 기분나빠서 먼저 나왔다. 표내긴 싫었지만 그렇다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 또한 그러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섣불리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지는 않는지, 넌 그게 문제야! 하며 쉽게 사람을 평가해 버리지는 않는지.
가르치고 평가하는 역할은 나말고도 충분할 것이다. 내가 그들을 만나고자 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그들이 나를 내치지 않는 이유도 매한가지 아닌가?


오랫만에 만난 옛날 친구에 대해 '너는 OOOO야."라고 명쾌하게 단정짓듯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너의 지금 문제는 뭐지? 내가 알기론 최근까지 너는 OOO한 상태였는데 뭐가 달라진거지? 내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식의 대화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대체로, 현재 내가 주력하는 이슈와 관계된 사람들에 대해 이런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쉬운게 아니다. 따라서, 옛날 친구를 부드럽게 만나는 일은, 현재를 일깨우는 까실까실한 대화와는 거리를 두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아마도 경사보다는 애사가 또 찾아온다면 나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찾아갈 것이다. 허나 내 맘은 예전같지 않겠지.

이런게 죽음,. 이 아닐까. 기억속의 모습이 화석이 되어버리고, 그와 내가 더불어 변화하거나 나아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

죽음이란, 현대인에게 현실에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부정하고 싶은 끔찍한 이벤트로 여겨질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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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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