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의 탄생>

독서일지 2011. 3. 11. 19:18
오카다 데쓰(작가) 저, 정순분 역  뿌리와이파리  2006.06.26

마녀의 독서처방에서 메모해 두었던 책이다.
이번달은 기사시험 공부에 주력을 해야하므로, 머리 아프지 않은 책으로 골라 빌려 읽었다.

돈가스, 카레라이스, 고로케, 단팥빵. 이놈들의 공통점은?
모두 메이지 시대부터 20세기 초반을 거치며 일본에서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일본화된 서양요리라는 점이다.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본문화의 독특한 특장점- 앞선 나라의 문물을 수용하여 모방하되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실정과 조건에 맞게 변형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저자는 이런 일본인의 기질과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높은 음식전문가다.

서양 열강의 침략에 충격을 받고, 그들의 앞선 문물에 또 놀라고, 거기에다 그들의 장대한 체격에 놀란 메이지 시대의 일본인들. 무엇보다 일본의 지배엘리트들은 '강한 일본'을 만들어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다. 그 와중에 강력하게 추진되었던 것이 서양음식 도입해 보급하기!

몰랐던 사실, 일본은 무려 1200년동안 육식을 나라법으로 금한 채식주의 국가였다. 13세기동안의 금기를 메이지 천황이 몸소 깨뜨리며 소고기를 도입한다. 고기와 곁들여 먹는 빵을 보고 신기해하던 그들은 밥과는 달리 보관성이 좋은 빵의 장점을 재빠르게 간파해 군용식량으로 개발하게 된다. 서양에는 없는, 오로지 일본에만 (그리고 그대로 도입해온 한국에만) 있는 빵이 그래서 탄생한 '단팥빵'. 그리고 건빵.
아무래도 소고기는 값이 비싸므로, 서민들은 값싼 재료ㅕ를 찾게 되는데, 일본식 튀김조리법을 접목시키고 업그레이드해, 무려 60여년에 걸쳐 일본 전역의 특급요리사들이 개발에 개발을 거듭해 탄생한 음식이 바로 '돈가스'다.

음식은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풍토와 기후, 조건에 맞게 생겨나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책을 덮으며, 일본, 일본인에 대한 단상.
그것을 장인기질이라 불러야 맞을까? 실패투성이 실험을 거듭해 가며, 외국 문물의 장점을 자국에 맞게 소화한 음식을 새롭게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는 일본인의 기질이 참으로 놀랍고, 조금 두렵기까지 했다.
하나더. 이런 책을 쓰기 위해 온갖 종류의 문헌을 섭렵하고 조사했을 지은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준 일본의 출판계-독서시장에 대해서도, 대단하다, 싶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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