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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권력과 권위주의에 대한 철저한 저항', 내 머릿속에 들어와있는 아나키즘의 이미지였다.
21세기, 동아시아 끄트머리, 우리 세상의 혁명을 꿈꾸려면, 20년전에 읽어댔던 구소련의 맑시즘 교과서 류나 내가 처음 운동을 접할 때 받아들였던 인식론만 가지고는 안되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칠즈음, 자연스럽게, 아나키즘에 관심이 갔다. 작년 가을, '반자본주의'를 읽었다.
반신자유주의 투쟁에 나서는 세력들의 다양한 사상의 조류를 분류하고 정리해 두었다. 읽고서 내 경향을 책의 분류기준으로 대입해보니 아나키즘에 가까왔다.
작년 말, 자투리 돈이 5천원 남아서 문고판을 한권샀다. '동아시아'+'아나키즘'이 눈에 확들어왔다.
아리랑의 주인공 장지락이 아나키스트였다는 이야기야 들어봤지만, 동아시아 아나키즘의 역사라..

강력한 유교전통이 남아 있었던 한, 중, 일 3국이 서양열강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받아들인 사조는 이른바 '자강론'이었다. 결국에는 히틀러의 정당화 논리로 동원되는 사회진화론을 말하는데, 약육강식의 국제 질서를 인정하고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자국의 힘과 능력을 높이는 길 밖에는 없다는 설명이 세기말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관심을 끌었으리라. 하지만 자강론의 논리적 허점은 제국주의의 본격적인 발호에 이르러 쉽게 드러나고 말았다.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제국주의자의 공격에 맞서는 세계주의와 혁명. 러시아 혁명과 맑스주의 수입 이전에 동아시아 소개된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사상이 바로 아나키즘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강점. 한, 중, 일, 3국의 아나키즘의 역사와 확산의 역사적 필연성을 쉽고 체계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스탈린주의의 '일국혁명론'으로 변질되는 볼셰비즘이 대세를 이루기전까지 20세기 초기 가장 선진적인 혁명사상으로 아나키즘은 빠르고 폭넓게 퍼져나갔으며, 무엇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국경을 넘나드는 당대 혁명가들의 국제연대의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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