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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떠나던 날, 탐라 문고에서 마지막으로 구입한 책.
기대했던 신간 몇 권이 눈에 띄질 않아, 좀 편한 마음으로 계획에 없었지만 손가는대로 잡히는 책을 고른건데
나름, 편안한 책읽기는 되었지만
제목만큼, 작가의 의도만큼 깊이와 무게는 부족하지 않았나. 아니, 작가의 의도가 무겁지 않게 베버의 면모를 전달하려는 데 있었던 건지도.

막스 베버는 현대 사회학의 창시자로 꼽힌다. 그 학문의 깊이가 넓고도 깊어, 맑스주의자건 보수주의자건, 베버의 찬양자건 비판론자건,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학문의 산맥으로 일컬어진다.

이런 사례는 서양지성사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역시 감동적이었던 건,
베버가 그와는 이념적으로조차 일치하지 않는 상대방이지만, 그이의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위해
자신을 던져가며 기득권과 맞서 싸우는 모습이다. 맑스주의 역사철학의 결정론적 성격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반대론자이지만, 베버는 그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만한 '타자'들에 대해 늘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존재를 지키기위해 헌신해 왔다. 비스마르크 치하 완고하기 짝이 없는 독일 대학 행정가에서 맑스주의자 학자들을 임용하고, 재판정에서 그들을 옹호하던 베버의 면모란..

작가도 높이 사는 부분. 진정으로 위대한 학제간교류(?) 의 선구자. 법학을 전공했지만, 서른이 되기전에 이미 독일노동자계급에 대한 실증적 연구로 경제학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고, 인간에 대한 깊은 실천적 관심은 끝내 그를 사회학의 창시자로 이끌다.

학문과 정치의 관계,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에 대한 베버의 철저한 자세도 놓칠 수 없다.
그는 '학문과 정치는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 그 후에 결합된다'고 이야기 한다.
학문을 수행하는데, 정치논리와 의도가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기준을 수립하는데 가치평가가 스며들어서는 안된다, 학문은 철저히 학문이어야 하고, 실천적인 교훈을 도출하기 이전에 철저히 현실에 근거한 분석과 종합으로서 학문을 앞서 수행해야 한다는 관점.

새로운 사상의 조류, 이론적 관점을 대할 때 우리가 - 특히 일선 활동가가 - 빠지기 쉬운 오류는
그 사상과 관점, 이론의 전체를 알기도 전에 성급하게,
일부만을 가지고 실용성을 평가하려는 조급함이다. 우리는 새롭게 *** 운동을 개척해야 해. 그런데 이런 관점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지, 무슨 활용을 할 수 있을까? 기대와는 다르네..
사상과 학문은 사상과 학문이다.
실천의 도구와 혼동하면 안된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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