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행에 인자한 사람 역시 없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상대를 즐겁게 해줘야 한다. 불행으로 살 수 있는 건 동정뿐이다. 동정은 아무 힘이 없다. 나는 동정받는다고 느낄 때 가장 불행했다. 그건 내게서 즐거움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는 거니까........사랑하던 사람이 도망가고, 돈을 다 잃고, 마음속엔 활할 불이 타올라도 우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웃어야 했다. 그럼 우리를 보는 사람도 웃었다. 웃다가도 어쩔 수 없이 울면, 우리를 보는 사람도 울었다. 그 눈물에, 표정에, 코를 훌쩍이는 소리에 위안을 받았다. 그건 동정이 아니다. 같은 마음이다. 그렇게 울고 웃는 사이 불행은 평범해졌다. 평범해진 불행엔 힘이 없다. 그냥 그까짓 것이 된다.

하지만.

나는 불행하다.

아무리 그까짓 것이라고 생각해도.

웅크리고 앉아 내 혀로 내 상처를 핥아댄다.

(230쪽)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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