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사람일지 2012. 12. 5. 13:38

 

 

큰 아이 참고서를 찾아보려고 배다리 헌책방골목에 갔다.

수험서 위주인 서가 한켠에 옛적 사회과학서적이 잔뜩 쌓여 있었다.

나도 열심히 읽고 세미나했던 '변증법적 유물론', '노동의 역사' 류의 책들.

줄여서 '노철'이라 불렀던 '노동자의 철학'을 한권 펼쳐봤다.

밑줄과 메모가 곳곳에 있다. '아마 내 또래일 이 사람, 젊은 날 이 책을 동료들과 함께 읽고 역사와 철학을 고민했겠지'

겉표지를 덮으려는 찰나, 책 주인의 이름이 적혀있다.

세상에. 한우리 89선배 OO누나의 책이었다.

 

그 선배, 퍼머기없는 윤기있는 긴 생머리 찰랑이고 착하디 착했던 누나.

곱상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투쟁에도 열심이어서, 어느 볕 좋은 가을날 간석동 안기부 청사 앞 기습시위를 벌이다가 새끼에 꼰 굴비두릅 마냥 다른 동지들과 함께 줄줄히 연행되었던 그 누나.

맞아. 인천사랑학우회를 줄여서 인사학, 이라고도 했었지.

그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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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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