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끝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집에 들어오는 길에 문득
뜬금없이 제주 해군기지 생각이났다.

제대로 가르침을 주려는 이는 돕는 이다.
가르침을 받는 이로 하여금 '저이는 나의 성장을 도와주려는 이'라는 믿음을 주는 이다.
가르치려드는 자는 지배하려고 하는 자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공화정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명제는,
아직, 적어도 이땅에서는 수사에 불과하다.
체제를 유지하는 말단 세포에 해당하는 면서기들까지
인민으로하여금 '저들은 나를 섬기려는 일꾼'이라는 믿음을 편안하게 주지 못하므로.

그들은 알고 있다. 지식정보사회인 지금
총칼이 아니라, 우월한 지식과 정보가 권력을 보장한다는 것을
그래서 저들은 우리를 섬긴다는 빛좋은 개살구같은 립서비스 가끔 내뱉은 다음엔 대체로
우리를 가르치려든다, 재수 없게도

가르치려는 자들은 듣는 귀가 모자란다.
제 주둥이 놀리는 시간이 곧 남의 시간과 인생을 앗는 짓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다.
제가 가르치려는 것이, 곧 지배하려는 것이
어줍잖은 천한 것들은 '위한 일'이라 진정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아, 참여예산 일 하다 말고 제주 해군기지 생각이 났던 이유.

레벨이 좀 다를뿐이지 노는 작태는 별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정해놓은 일의 순서에 '주민'이 감히 '끼어드는' 꼴을 보기 싫어한다는 면에서
남동구청 공무원이나 MB나 무슨 차이가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하겠다.

복잡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예산은 전문가들에게 맡겨달라는 그들.
나라를 지키는 일은 잔소리말고 국가에게 맡겨달라는 그들.

그런데 말이다. 전문가와 국가가 언제 우리같은 인민들을 진심으로 걱정해준적이 있었던가 말이다.

잊혀지지 않는 기억은, 배제의 기억, 학살의 기억이 아니더냐.

시끄러운 회의 따위에 쉬 짜증을 내고 언성을 높이는 그들의 거만한 표정에서
독재정권 수족의 후예가 읽히고
섬 출신은 경찰조차 믿지 못해 육지경찰과 군대보내 수만을 학살했던
피의 4.3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의 오버냐? 아님, 네놈들이 오버하는 것이냐.

가르치려 드는 것들을, 나는 이제 믿지 않는다.
'국가'니 '안보'니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주 구체적인 내 밥그릇 걷어차고, 내 형제에 상처주는 것들이
정치가, 공무원이라면
나는 너희들의 적으로 살란다., 살고 싶다.

내일이면 돈의 노예가 되러 다시 일터로 나가겠지만

밤이 깊어도 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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