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말에 자신이 없었다.

어눌했다.

말보다 글, 이 힘이 있을 수 있을음

사춘기를 겪으며 알게 되었다.

글로 무언가에 기여할 수 있었고, 평가와 준중에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소통을 함에 있어서

말보다 글이 훨씬 직접적이고 다양한 결로 의미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걸'

요즘 생각한다

어눌하고 강약고저가 없는 내 말도

매력이 있다고 나를 위무하며

내 말로 상대에게 내가 전하고자 하는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잦은 순간마다

내 느낌, 내 생각, 내 사상과 인지가 뒤엉켜 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고

때때로 절망한다


말은 그저 생각과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 아니라

글과 더불어

마음과 생각, 사상 그 자체임을

디지털데이터가 2bit 기억소자의 조합을 단위로 체계화되듯,

말글로 기억되고 정리되는 체계가

한 사람의 삶 그 자체임을

나이를 먹을수록 절감한다


말로 전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몇가지 보조 전달수단을 갖는다

오묘하게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음성의 크기와 빠르기,

말과 함께 토해지는 숨소리, 입냄새, 그리고 눈빛과 낯빛까지

그리하여 관계가 새롭게 맺어지고, 유지되고, 발전하는 매 단계마다

말의 기억, 말로 주고 받는 서로의 기, 마주보는 눈빛으로 짐작하는 말의 미래가

관계,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쏘는 눈빛, 상대의 받는 눈빛과 귀를 고려하지 않는 되풀이 되는 메마른 호소

성부른 틀지우기는

시간이 지나도 적응되지 않는다,

독으로 쌓여 마음을 좀먹는다

다시 내 말로 굳이 알리지 않아도 오래지 않아 그 독으로 인해 생긴 내 상처에서

곪는 악취는 결국

상대도 알기 마련이다

사랑의 눈빛으로, 교감하는 풍부한 이야기로 말을 바꾸어야

관계의 질이 달라진다


습관처럼, 나이를 먹으니 이렇게 되더라

자꾸 말하게 되는데

나이를 먹는다고 굳어지게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몸을 둘러싼 피부가 여리고 지나치게 민감할 때

조금만 강한 햇살에도 쉬이 거칠어지고 트는 것마냥

마음을 싸고 있는 표피도 여리고 민감한 경우가 있는 것일까

말에 상처받고

말에 절망하고

제자리걸음하는 내 말에 갑갑증을 느끼고

다른 말을 쓰고 싶거나 말을 최대한 아끼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말의 질과 양을 조절할 수도 없으니

힘들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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