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까까머리 시절 해본 망둥이 낚시 이후 처음으로 바다낚시를 경험했다.


몇가지 키워드로 간명하게 정리해본 첫 경험의 소감..


해녀 

산남에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잠수복을 입은 해녀 아주머니들을 흔하게 마주칠 수 있지만, 바로 코앞에서 물질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놀랍도록 먼 거리까지 헤엄쳐서, 아주 오랫동안 잠수를 하며 일하시는 옆에서 한가로이 낚시질하러 온 내 손이 부끄러웠다.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일부러 내게 낚시행을 제안한 선배들에게 미안해 말도 못했다.


구멍낚시

첫번째 다다른 표선 바닷가에서 릴 낚시를 나도 해보겠다는 기대와는 달리 선배가 챙겨온 것은 망둥어 낚시대와 별 다를 바 없는 대낚시. 2m정도 낚시줄을 바닷가 바위틈사이로 드리워 바닷가까지 먹이를 찾아 올라온 우럭, 어랭이 따위를 낚는데 기다란 릴이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1시간도 채 안되어 우럭 3마리와 어랭이 1마리를 낚았다


숭어

슈베르트의 숭어가 이놈인지 잘 모르겠지만,파도가 잔잔한 제주도 앞 바다에서는  물위를 차오르는 어른 팔뚝만한 물고기가 흔해 빠졌다. 숭어란다. 여기 사람들은 여름 숭어는 아예 잡지도 않는다. 눈이 멀어 바닥에 착 붙어 더러운 뻘흙을 먹기 때문이라나. 애월항에서 처음봤는데 이날은 수백마리, 아마 수천마리가 넘을지도 모를 숭어떼가 쉴새없이 물을 차오르는 풍경을 봤다. 낚시꾼들은 구경도 안하더라.


양식장

요즘 읽고 있는 제인 구달 박사의 '희망의 밥상'에 언급되어 흥미를 갖게 된 주제. 양식장의 영향을 제주에서도 보았다. 제주 남서쪽 바닷가엔 양식장이 별로 없는데, 남원 지나 표선으로 들어서며 아예 양식장이 줄지어있다. 비가 흩뿌리긴 했지만 바닷가 한복판에서 물이 콸콸 솟구치길래 화산이 분출하듯 해안에서 지하수가 용출하기도 하나보다 했더니, 양식장에서 배출하는 물이란다. 500m간격으로 하나씩 될라나. 직경 2m는 족히 될 엄청난 시멘트 콘크리트 관을 바닷가 언덕 위 양식장과 해안 사이에 연결하여 끊임없이 바닷물을 새로 갈아주는 방식으로 양식장들은 운영이 되고 있었다.

해안에는 바닷물 끌어올리는 펌프소리가 시끄럽고 양식장에서 내려보내는 배출수에는 사료가 둥둥 떠있기도 했다. 학꽁치를 낚으러 두번째로 찾은 바닷가에는 썩은 냄새까지 진동하고.

양식장이 갑자기 크게 늘어났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장기간 무차별적인 어류 남획으로 바닷고기가 씨가 말라가자, 당국에서는 양식업을 '기르는 어업'으로 포장하여 어민들의 생계대책에 나섰다. 물론, 한몫잡으려는 육지자본도 가세했을 것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예전보다 훨씬 잦은 빈도로 '선어' - 회를 찾는 사람들의 입맛, 이를 조장하는 식탐의 사회분위기도 이유겠다. 회가 흔해졌지만. 항생제로 뒤범벅이 된 양식 생선회를 먹는 사람이 망가지고, 좁은 양식수조속에 같혀 야성을 거세당한채 짧은 생을 마감해야 하는 불운한 광어, 우럭이 불쌍하다. 무엇보다 사정없이 망가져 가는 바다 생태계가 끔찍한데, 우리 후대들에게 커다란 죄를 짓는 일이다.

도대체, 이 미친 짓거리로 누가 이득을 보는 거지?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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