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읽을 만한 책을 고르기 위해 이른바 '서지류'에 해당하는 독서안내서류를 뒤적거리게 된 것이,
나같은 이력을 가진 지식분자들이 으레 다다르는 코스인지, 워낙 독서 자체에 대한 책이 요새 많이 출간되는 것인지, 나만의 오롯한 안목을 가지고 스스로의 독서지도(地圖)를 만들 줄 모르는 무능력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요새 많이 들춰보고 있다. 참, 또다른 이유도 있겠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보급으로 블로고스피어에서 내공을 입증한 후 출판을 하는 식의 새로운 단계를 밟는 작가군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현상도 있으니.

유명한 '로쟈'의 경우는 읽는 이를 완전히 주눅들게 만드는 고수중의 고수로 분류할 수 있겠다. 뭐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이고, 본업이 읽고 쓰는 분이므로 감히 나의 비교대상으로 세워보려는 발상이 무리겠지만. 하지만 같은 아마추어로 그 역시 인문학전공자가 아닌'파란여우'의 내공을 접하고서는, 내 공부길이 참으로 갈 길이 멀다는 탄식을 뱉을 따름이었고.
장정일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워낙 일찌기 직업작가로 등단한 분이지만 나름 'B급', '비주류'의 정조를  제 색깔로 가지고 있어 오히려 공감이 가는 면이 있다.

속깊은 친구처럼 상대의 감정을 깊이 헤아려 건네주는 '독서' 처방전을 들고 온 <마녀>는 또다른 성격의 내공의 소유자다. 편집자로 지내오며 쌓은 공력일까, 정갈하고 담백한 글맛이 참 좋다. 솔직하고 겸손하다. 제대로 삶을 살아가는 일,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에 치열하고 성실하다. 참, 매력있다.

챙겨보고 싶은 책들 :

# 은근히 잘난 척하고 싶을 때 -  <대단한 책>, 요네하라 마리, 마음산책, 2007
 - 20년 동안 하루 평균 일곱 권을 읽었다는 일본작가 요네하라 마리의 서평집.
 - "그녀의 서평이 정말 '대단한' 것은 다독이나 박학다식을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누구보다 넓고 깊은 지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며, 그 지식이 오로지 이 세상에 대한 지극한 애정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

# 인간적이며 과학적인 낙관주의 - <풀하우스> 스티븐 제이굴드 / 사이언스북스 / 2002
 - 저명한 고생물학자이자 열광적인 야구팬인 지은이가 '왜 요즘엔 4할 타자가 없는지' 의문을 풀기위해 시작된 책.
 - 놀랍게도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논지의 핵심에는, '생명은 더 복잡하고 고등한 것을 향해 사다리를 오르듯 진보해왔다는 이른바 사다지 진화론'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들어있다. 그것이 다윈의 진화론을 왜곡했기 때문이며 또 한편으로 그것이 과학의 이름으로 인간의 오만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

# 왓 어 원더플 월드! - <나쁜 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 굿뉴스> 데이비드 스즈키 / 샨티 / 2006
 -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전 세계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

# 즐거운 나의 집 -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 이레 / 2007
 - 그 유명한 보통이 쓴 건축에 대한 에세이..

# 바람피우고 싶은 날 -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 민음사 / 2008
 - 다니엘 데이루이스/위노나라이더 주연의 1993년작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그 원작이다.
 - "간절히 사랑한 사람을 가졌는데도 지금 불행하다면 그건 그 사람이 변해서가 아니라 내가 변해서입니다. 그 사랑을 통해 발견했던 내 모습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랑의 바탕에 자기애가 있다는 걸 깨달으면 섣부른 바람은 사절하게 됩니다. / 바람에 몸을 맡기고 싶은 날, 가만히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냐고, 그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냐고. 내 사랑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나를 사랑하고 있냐고. 그런뒤에도 바람이 피우고 싶다면, 눈 딱 감고 바람 한번 피우지요 뭐!"
 
# 가깝고도 먼 이름, 가족 - <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 창비 /2008

# 세상에 딴지 걸고 싶은 날 - <가만히 좋아하는> 김사인 / 창비시선 / 2006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 철이른 낙엽 한 슬며시 곁에 내린다 //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고맙다/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조용한 일>전문)

# 열대야에 잠을 설칠 때 - <즐거운 살인> 에르네스트 만델 / 이후 /2001
 - 추리소설이 제격이다. 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 서스펜스 소설 등을 통틀어 '범죄소설'이라고 한다. 저자 만델은 맑스주의 경제학자이자 범죄소설 마니아다.
 - 이 책은 경제학자인 만델이 범죄소설의 역사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설명하는 독특한 책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 죽음은 필연적이고 자연스런 삶의 귀결로 받아들여졌으나 지금은 뜻밖의 사고로 받아들여지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죽음을 소비하고 구경한다. 한마디로 물신화 되어버렸다. 범죄소설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소설과 영화속 죽음은 날로 잔인해진다.

# 뜻밖의 봉변을 당했을 때 - <블랙 라이크 미> 존 하워드 그리핀 / 살림 / 2009
 -1959년 백인 작가이며 음악 이론가, 사진가이자 신학도인 저자가 흑인 차별을 야기하는 현실을 알기 위해 외모를 흑인의 외모로 바꾸어 흑인 지역으로 들어가 생활했던 경험을 쓴 책.

# 영어과 뭐기에! - <우리말의 탄생> 최경봉/ 책과함께 / 2006

# 당신의 밥이 되어드릴게요 -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저, 김연수 역 / 문학동네 / 2007
 - 노동자출신 작가. 형용사도 부사도 배경도 심리도 모두 최소한으로 축소된 건조한 문장으로, 아주 짧은 단편소설만을 썼던 작가. 그로인해 문학이 침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는 평을 듣는다.

# 국보 1호를 잃고 -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 해냄출판사 / 2002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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