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최성각 작가가 추천한 책.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지은이 야마오 산세이는 일본에서 대단한 존경을 받고 있는 이라고 한다. '현대의 미야자와 켄지'라고 불리는데, 미야자와 켄지는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로서 시인이자 동화작가, 농업지도자이며 사상가로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이다. 야마오 산세이 또한 켄지처럼 시인이자 작가이며, 서른아홉에 일본 남쪽의 야쿠 섬으로 이주한 뒤 죽을 때 까지 농부이자 구도자로 살았다.
마치 미국의 스콧니어링이 젊은 날 사회주의 투사로 살았던 것과 같이, 그는 1960년대 후반에 이미 '부족'이라는 이름의 대안공동체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가 쓴 <부족의 노래>에 담겨있는 그의 생각은 이렇다. 이런 성찰에 서른살의 젊은 청년이 60년대에 이르렀다니.

"이 세계에는 여러 가지 피라미드가 설치돼 있다. 그중 가장 큰 피라미드는 전 세계를 모조리 뒤덮고 있는 중앙 집권적인 정치 형태이다. 러시아와 미국에서, 중국과 일본에서..... 정치 세계만이 아니라 종교의 세계도 역시 욕망의 피라미드를 만드는 합법적인 방법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이 피라미드의 암흑 속에 있다. 학교에 간다. 그것은 계단을 하나 올라가는 일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온다. 이것도 또한 계단을 하나 올라가는 행위다. 회사에 간다. 계장이 된다. 그와 같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욕망의 대 피라미드 속의 작은 돌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 '부족'의 인간은 이와 같은 피라미드의 게임에 참가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경찰관을 앞세운 법률이란데 권력이 있다는 것을 안 우리는, 더욱이 그들 권력이 금전에 대한 욕망과 견고하게 유착돼 있다는 것을 안 우리는, 이 사회를 버리고 정해진 직업이 없는 방랑자가 되었다."

"문명은 생명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수도는 멸균이 되었지만 물맛을 잃었다. 형광등은 밝지만 세포를 파괴한다. 차는 빠르지만 걷기를 잊어버리게 만든다........ 맨 발로 흙을 밟을 때 우리의 세포는 얼마나 기뻐하는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생명의 약동을 우리는 다시 이 세상에 부활하지 않으면 안 된다."

70년대 초 가족과 함께 인도 여행을 갔을 때, 그는 깨닫는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데 모든 풍요가 있다'는 불가의 가르침,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일본에 돌아온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후반에 시작된 도농 직거래 운동의 원형에 해당하는 직거래 무농약 야채 전문점을 여는 등 도심속 공동체 실험을 시도한다.
이어 1977년에 온 가족이 일본 남쪽 작은 섬 야쿠의 한 마을로 이주하여 버려진 마을을 다시 세우며 농부와 문필가, 구도자로 살아간다.

밑줄.

이제까지 몇 십번 이상 태풍과 직면해 왔지만 그때마다 배우는 것은 태풍은 사람의 죽음과 같아서 올 때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온다고 하는 단순한 사실이다. 하지만 올 때는 그것은 마치 미리부터 예정돼 있는 것처럼 반드시 닥쳐온다. 죽음도 그처럼 다가올 것이 틀림없으므로 태풍의 한복판에서 나는 이중의 의미에서 죽는 연습을 한다.
이번 태풍이 거센바람과 함께 비를 쏟아붓던 오후, 그렇다면 나는 어떤 연습을 했는가?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장기를 세 번 두었고, 다섯 살 딸애와 오목을 세 번 두며 지냈다.   (55쪽)

잇소 해안에서 퇴적암층과 융기된 화강을 보며 내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우리는 6500만년 혹은 1400만년이라는 긴 시간 속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화강암질의 마그마와 함께 솟아오른 퇴적암층에 우리는 모두 예외 없이 '속해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문명은 물론 좋은 측면도 많지만 인류가 억 년 단위의 시간에 속해 있고, 암석에 속해 있고, 물에 속해 있고, 공기에 속해 있다는 시야가 빠져 있다. 그것은 근본적인 것이 모자란 문명이다. 왜냐하면 그 암석층에 속해 있다는 것을 실감했을 때 기쁨은 이제까지 내가 체험해 온 수 많은 기쁨과 비교할 때 가장 깊은 기쁨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221쪽)

쓰러진 거목에서 전달돼 오는 것은 수명을 다한 자의 편안함이자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자의 고요함 그 자체였고, 거기 한 점의 슬픔도 깃들어 있지 않았는데, 내 가슴에는 깊은 슬픔이 복받쳐 올라와 그만 울고 말았다. (226쪽)

백목련의 흰 꽃에서 내가 배운 것은 그 꽃이 필 때 동시에 나도 핀다는 것이다. 백목련의 꽃이 피고, 다만 그것뿐인데 공연히 기쁘고 행복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그것은 생각해 보면 꽃이 핀다고 하는 그 하나의 현상이 내게 비춰지기 때문이다. 나는 곧 살아 있는 카메라 속 필름과 같은 존재로서 바깥 세계의 대상을 받아들이며 그것에 따라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우리 몸속의 유전자에는 우리가 식물이었던 때의 기억이 분명히 남아 있기 때문에 꽃 한송이가 피면 이웃가지의 꽃도 동시에 피는 것처럼 우리도 절로 꽃 피워지는 것이다.  (252쪽)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고요함이다
산은 고요하다
밭은 고요하다
흙은 고요하다
벌이가 안 되는 것은 괴롭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필요한 것은
고요함이다  (282쪽)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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