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대 대표글쟁이 고종석의 진가가 이 책 속에 있었다.

요즘 읽었던 글쟁이들의 책 속에, '문체의 모범'으로 한결같이 손꼽는 이로 고종석이 빠지지 않았다.
<전작주의자의 꿈> 조희봉, <로쟈의 인문학 서재> 이현우, 한겨레 안수찬기자까지.
조희봉의 추천을 따라 <말들의 사랑, 사랑의 말들>을 찾다가
북구도서관에 들른 김에 이 책을 빌어 보았다.

그의 글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문학 못지 않게 언어학 또한 얼마나 흥미진진할 수 있는지, '언어'라는 것이 사회의 반영이자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얼마나 많은 의미의 장들을 함축하고 있는 것인지 그의 박학다식과 종횡무진을 좇으며 알게 되었다.

그의 문장 한 대목만 인용하다.

설렘은 마음의 나풀거림이다. 그것은 정서적 정신적 미숙의 증상일 수도 있다. 부동심은 동서고금의 많은 현인들이 다다르려 애쓴 이상적 마음상태였다. 그러나 설렘이 없다면 생은 얼마나 권태로울 것인가. 소풍 전날의, 정인情人을 기다리는 찻집에서의, 설날 해돋이 직전의 설렘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것은 생의 정당한 사치다. 그것은 생의 밋밋함을 눅이는 와사비다.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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