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7년 전 이맘 때 왔었다.
혼자서, 무엇 억눌릴 것 없었던 허허로운 마음으로.

7년 시간이 흐른 사이 몸이 많이 무거워졌다. 생각이 많아지고 식구가 늘고, 더 조심스러워지고 주름살이 늘어났다.
느낌이 앞서는 것일까, 산도 변했다.

그 땐 좀더 날짜가 지난 평일에 찾았던 탓에 사람이 드물기도 했다. 이번엔 단풍 끝물 주말이다.
매끈하게 등산로와 표지판이 잘 정비된 대신 없던 억새밭 축제가 생기고
늘어난 등산객을 감당하느라 산은 몸살을 앓고 있었다.
너른 억새풀 밭은 황량해야 제맛이다. 그 황량함을 보러, 단풍이 다 지고 난 후라도 마음 모두어 찾을 일인데, 고요한 황량함 따위를 찾을 길이 없어졌다. 황량함 대신 황폐함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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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이 들어섰고, 날이 무딘 바리캉이 쥐파먹듯 스포츠머리 곳곳에 빵구낸것 마냥 억새밭이 여기저기 빵구나 있다. 이 억새밭을 따라 바로 내려가면 등룡폭포와 비선폭포를 거쳐 주차장, 가장 빠르고 편한 길이다. 역시, 고속도로라도 뚫어놓은 것처럼 길은 엄청나게 넓었다.

추색을 더 곱다고 느낀 건, 2주전 마니산에 갔을 때보다 단풍이 더 곱게 들었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 추운 곳의 지세와 기후가 가져오는 청신한 기운이 있었을 것이다. 유난히 맑아 억새와 단풍잎새 뒤로 푸른 하늘이 멋진 보색 배경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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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산행이 유쾌했던 또 다른 이유는, 함께 했던 이들 때문이다.
덕현이 형이 같이 가서 참 좋았다. 억세지 않고 한없이 부드러운 이 사람의 미소가 좋다.
스물 갓 넘긴 젊은 친구들, 함께 올랐다. 등산 자체가 익숙치 않아 많이들 힘겨웠는데도 꿋꿋하게 완주하고, 나름대로의 감상과 의미를 찾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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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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