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 그 틈새로 밤이 스며든다. 밤은 끝없이 이어진다. 분한 마음과 비난으로 들끓는다...나로서는 이 점이 가장 원망스러웠다. 이토록 내 마음이 '그이'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이렇게까지 그 사람에게 가로채였단 사실이. 그건 점령당한 거나 마친가지였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고, 행복하지 못한 게 어느새 버릇이 되고 있었다. (17쪽)

사랑과 거리를 둔다는 건 위험 부담이 없는 삶을 산다는 의미다. 그런 삶을 살아 뭐 해?... 공원 분수 앞에서 잠시 발길을 멈췄지만 운영이 중단된 모양이었다. 지자체에서 붙인 공지문에 이 분수는 월동 처리됐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나도 같은 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84쪽)

 

Posted by 나무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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